日에어컨 1위 다이킨 성공 비결은 '플랫&스피드'


일본 중부 사카이시에 있는 일본 1위,세계 2위 업무용 및 가정용 에어컨 회사 다이킨(DAIKIN)의 가나오카공장.20~30대 젊은 근로자들이 로봇 옆에서 바쁘게 손을 놀린다.

생산직 근로자들을 구하기 어려워 50~60대 사원이나 외국인이 많은 다른 제조업체와 다르다.시바 미치오 홍보부장은 "회사 실적이 좋고 '사람 중시' 경영 방침이 널리 알려지면서 젊은이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이 회사는 작년까지 12년 연속 매출과 순익을 경신해 일본 재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플랫&스피드(Flat&Speed)업무용 에어컨의 최강자였던 다이킨이 4~5년 전 마쓰시타를 제치고 가정용 에어컨에서도 1위로 부상한 힘은 플랫&스피드였다.

수평을 의미하는 플랫은 사무실은 물론 생산현장에서 직급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회사 발전을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붙인 상징적 표어다.

임·직원 간 공통 목표를 향한 의식 공유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종료 시간도 없이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본 여자 프로골프 개막전으로 매년 3월 열리는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대회는 이 회사의 기업 문화를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대회 준비와 진행은 모두 사내 직원들이 맡고 있다.철저히 능력 중심으로 업무가 분담돼 평사원이 지휘를 하고 상급자가 허드렛일을 맡는 광경이 도처에 눈에 띈다.

봄철 열리는 노사협상이 철야로 진행되는 것도 이채롭다.

회사측과 노조가 격렬하게 대립하기 때문이 아니다.

회사는 임원회의 자료 등 모든 정보를 들고나가 노조측과 머리를 맞대고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짜내는 마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경영자가 결단을 내리면 신속하게 실행하기 위해 스피드를 또 다른 모토로 내세웠다.

그래서 플랫&스피드는 여러 직원의 의견을 모으는 중의(衆議)와 모아진 의견을 빠르게 집행하는 독재의 조화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화로 급성장

버블(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적자에 허덕이던 다이킨은 1994년 이노우에 노리유키 회장(당시 사장)이 취임하면서 기업 풍토가 달라졌다.

이노우에 회장은 해외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해외 자회사를 6개에서 53개로 늘렸다. 덕분에 매출은 이노우에 회장 취임 당시 3843억엔에서 지난해 7929억엔으로 배,경상이익은 같은 기간 중 1억4000만엔에서 687억엔으로 491배 증가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비중은 15%에서 45%로 높아졌다.이노우에 회장은 또다시 결단을 내렸다. 지난 10월 2500억엔을 들여 말레이시아 에어컨회사 OLY를 인수한 것. 미국 현지법인을 갖고 있는 이 회사를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투자금액도 크지만 대상기업 종업원이 1만1000명으로 본사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로 다이킨은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사카이=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