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1) 이명박 前 서울시장 .. "국가경영의 기본은 기업 天下之大本也"

지지율 상승이 가져다 준 자신감 때문일까.

대선주자로 단련돼서 일까.본지의 대선 주자 연쇄 인터뷰 일환으로 17일 서울 견지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여유가 있었다.

난처한 질문에도 좀체 낯빛을 바꾸지 않으며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받아쳤다.

자리에 앉자마자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습니다'라고 '공격'하자 "서울에 있는 외국 대사들이 100명이 넘는데 그들이 가장 가깝게 보는 사람이 바로 저에요"며 눈웃음을 지었다."대기업에 있으면서 종업원 16만명과 함께 지냈고, 온 세계를 다니며 국가지도자들과 친구처럼 사귀었다.

정치인의 친화력은 일반인의 친화력과 다른 기준에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여당이 자신을 직접 공격한 것이 화제로 떠오르자 "지금 여당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해가 안돼.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지만,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1시간 이상 진행된 인터뷰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해낸 그는 다음 일정을 걱정하는 보좌진의 다급한 '최후통첩'이 다섯 차례 들어올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 대담 = 김형배 정치부장 >◆ 경제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지금의 경제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안,희망이 없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들은 정부정책을 신뢰할 수 없어 새로운 분야의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러니 경기는 바닥이고 중소기업이나 지방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농업이 국가경영의 기본이라고 했는데,이제는 '기업천하지대본야'다.

기업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고,각 경제주체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국가지도자가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귀담아 듣고 정책에 즉각 반영하는 등 그들의 존재감을 높여줘야 한다.

투자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고의 애국이요,그런 기업인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인식을 국가지도자가 앞장서서 조성해야 한다."

-미래 성장잠재력을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복안이 있나.

"서울과 지방,수도권과 비수도권,도시와 농촌 등 지역·계층으로 분열된 경제사회를 통합시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연구개발(R&D)을 획기적으로 부흥시키고 인적자원 육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킨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출총제는 당초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기업환경의 변화로 문어발식 기업확장의 필요가 거의 없어진 지금은 오히려 기업의 신규 투자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어느 정도 완화해야 한다."

-우리 대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M&A시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많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추진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적대적 M&A에 대한 제재는 신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외국자본이나 국내자본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의 종속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 포항에 제철소를 짓고 구미에 전자공단을,창원에 기계공장을 지었던 것처럼 이제 또다시 지방에 21세기를 견인할 신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지방에 '첨단 R&D+비즈니스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정책에 대한 의견은

"수도권을 규제한다고 지방이 잘 사는 게 아니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지방은 지방대로 잘 사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로 국민들의 세부담 증가가 너무 급격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더 키운다는 사실이 이미 현실로 드러났다.

군사작전하듯이 일거에 과격하게 인상하는 것은 다른 부작용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

급격한 세금인상은 매매가격에 전가돼 부동산시장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들고,전세가격을 부추겨 결국 서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강남의 부동산 문제는 교육 정책,강북재개발을 통한 강남대체 효과 촉진 등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 차원에서 신혼부부에 대해서는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집을 한 채씩 공급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조기은퇴·고령화 시대라는 점을 감안해서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배려도 꼭 필요하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신도시 개발보다는 기존 도시 내의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존 신도시는 (교통시설이 돼 있어) 문제가 없지만,김포에 신도시를 만들면 출퇴근하는 사람이 어떻게 되겠나.

강남 아파트값은 콘크리트 값이 아니다.

8학군에 예술의 전당,코엑스쇼핑몰,양재시민의 숲 등 종합적인 주거환경이 어우러진 가격이다.

이런 현실을 보지 못하고 아파트 물량 중심의 신도시 건설을 주택정책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것은 난센스다.

용적률을 높이는 등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면 서울 시내에 150만가구까지도 추가로 지을 수 있다.

용적률을 높이고,고층화시키면 일정한 양의 토지를 받을 수 있다.

그 땅을 이용하면 무주택자 문제를 해결하고,신혼부부 1가구 1주택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 교육ㆍ정치

-현행 교육정책의 핵심은 3불(不) 즉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등에 대한 규제다. 적절하다고 보나.

"기회는 평등하게 주더라도 결과는 달라야 하는데,우리 교육정책은 결과를 똑같이 만들려는 우를 범해 버렸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자율에 맡겨야 하고 정부는 유아교육과 의무교육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

-자립형사립고,외국어고,공영형 혁신학교 등 다양한 엘리트교육 모델이 시도되고 있는데.

"강남 8학군이라는 게 이미 명문대학 입학특구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평준화의 순수성을 지킨다고 고집하는 것은 난센스다.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강북과 지방도시 등을 중심으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설립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강남과 실질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회평등이다."

-지지율이 수위를 달리면서 다른 후보들의 견제가 집중되고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특별한 전략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 생산에 전념할 것이다."

-재산문제 등에 대한 악소문이 돌고 있는데.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흑색선전과 공작정치를 분별해 낼 만큼 높아졌다고 믿는다."

-당내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할 것이라는 설도 있다."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결과에 승복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경쟁'을 보실 수 있게 하겠다."

정리=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