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국판 세빗' 되려면…

8비트 컴퓨터조차 신기했던 1981년.우리나라 최초의 정보통신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키에코(KIECO)가 그것이다.당시 KIECO는 첨단 전시회였다.

최신 컴퓨터,소프트웨어,통신기기,사무기기 등이 전시됐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KIECO는 정보기술(IT) 종합 전시회로 성장했다.국내에서 개발된 첨단 IT 제품이나 기술이 대부분 KIECO 전시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한국 IT산업은 KIECO와 더불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KIECO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더이상 필요하지 않아 없앤 게 아니다.

'IT강국'인 한국에서도 독일 세빗(CeBIT)과 같은 세계적인 IT 전시회를 열어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기득권을 내놓고 유사 전시회와 합치기로 했다.

각종 IT 전시회 주최측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내년부터 통합 전시회 '코리아 IT 쇼(KOREA IT SHOW)'를 열기로 합의하고 협약서에 서명했다.코리아 IT 쇼에는 KIECO를 비롯해 'IT 코리아'(한국무역협회) '엑스포콤'(케이훼어스) 'ETC 코리아' '디엠비 엑스포' 등 5개 전시회를 통합한다.

전시회 통합은 IT업계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업계는 그동안 유사 전시회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전시회 중복 참가로 적잖은 비용부담을 느꼈고 참가 압력도 받았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는 총리실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협회 회장인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전시회가 통합되면 세계 최초 제품을 국내에서 전시하고 외국 언론을 초청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리아 IT 쇼는 어려운 논의과정도 거쳤다.

지난해 8월부터 15차례에 걸쳐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고집한 한 전시회가 이탈하기도 했다.

정부는 통합에 불참한 전시회는 일절 후원하지 않기로 했다.

코리아 IT 쇼의 성공 여부는 정부와 관련업계의 전폭적인 지원에 달려 있다.'IT 코리아'에서 열리는 코리아 IT 쇼. 독일 세빗을 능가하는 전시회가 될 수 있다.

고기완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