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섹시한 카리스마로 돌아온 누님 '조폭마누라3'

대만 배우 수치(舒淇)가 '조폭마누라3'(감독 조진규)의 여주인공에 발탁된 것은 순전히 돈문제 때문이었다.

1편과 2편의 주연 신은경은 3편 출연료로 무려 10억원을 요구했다.제작사 현진시네마 측은 이 금액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로 눈을 돌렸던 것.

수치는 사실 '밀레니엄 맘보''색정남녀' 등에 출연한 멜로배우다.

그렇지만 '트랜스포터'와 '중화영웅' 등에서는 날렵하고 민첩한 몸놀림으로 액션연기를 보여줬다.수치를 캐스팅한 것과 함께 줄거리 설정도 홍콩 조폭과 한국 조폭 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로 바뀌었다.

홍콩 조폭 보스의 딸이자 조직의 2인자인 아령(수치)이 계파 간 다툼을 피해 한국으로 피신해 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한국 건달 기철(이범수)과 티격태격하면서 가까워진다.이야기는 비교적 짜임새 있고 유머도 풍부하다.

1,2편의 주인공인 신은경이 중성적인 매력을 풍겼다면 수치는 여성성을 잃지 않은 게 특징.머리모양은 전작의 차은진(신은경)처럼 커트가 아니라 긴 웨이브 형태다.

정장을 입었지만 가슴이 패였고 몸매도 드러난다.이 같은 에로틱한 분위기는 웃음을 자아내는 원천이다.

아령은 입술 위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혓바닥으로 핥는 시늉으로 기철에게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도주신에서는 엉겁결에 기철의 허벅지 위에 앉아 운전대를 잡고 기철은 성욕을 참느라 곤욕을 치른다.

한국어를 모르는 홍콩 조폭으로 설정된 만큼 통역사 연희(현영)가 펼치는 중국어와 한국어의 오역 장면도 웃음거리다.

아령이 "시간 어기는 놈은 질색이야"라고 말하면 연희는 "남자는 바빠야 멋있답니다"고 통역한다.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 그녀의 오역으로 부드럽게 바뀐다.

후반부에서는 "누가 또 괴롭히면 말만 해"(아령)라고 말하자 "맞고 다니지마.이 병신 ♥♥들아"(연희)라고 전달된다.

연희의 태도가 이처럼 변한 까닭은 시간이 흐르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권력이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남자조폭들이 활개를 치지만 나중에는 여자들에게 꼼짝 못한다.

영화는 한마디로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우화다.오는 28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