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韓中무역 키워드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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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 국제부 차장 >
중국 서우두(首都)강철이 베이징현대차의 중국측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 지분 23.6%를 매입한다는 소식이다.서우두강철의 속셈은 분명하다.
베이징현대차의 베이징공장에 차체용 냉연강판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이 공장의 강판 80%를 공급했던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이 뉴스는 한·중 경제통상 관계의 질적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를 계기로 한·중 경제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한·중 무역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 유발형'교역이 많다는 점이다.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했고,현지 투자기업들이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부품 및 반제품)를 수입하는 형태의 무역이 많았다.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약 620억달러)중 80% 이상이 중간재였다는 게 이를 보여준다.
이같은 무역구조의 특징은 1990년대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동아시아 지역에 새롭게 형성된 분업구조가 낳은 결과였다.90년대 이전 동아시아의 경제무역 발전은 '안항(雁行)모델'로 요약된다.
기러기가 삼각편대를 이루며 하늘을 날듯,동아시아 내 한 국가의 산업이 역내 후발 국가에 순차적으로 이전한다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90년대 들어 거의 전 산업에 걸쳐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면서 이 산업이전 모델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안항모델을 대신해 동아시아 경제통상 분석모델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생산공정분업(Fragmentation of Production)'이다.
한 제품의 생산공정 단계에서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형태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생산되는 컬러TV의 경우 브라운관은 일본에서,모니터는 한국에서,콘덴서는 대만에서 만들어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중간재 교역이 늘어나게 된다.
생산공정분업을 낳은 핵심요소는 기술과 생산원가(노동비용)의 차이였다.
기술수준이 높은 일본 한국 등은 고기술 중간재를,임금수준이 낮은 중국이나 아세안국가들은 조립단계 공정에 특화한 것이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팔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수혜를 받았던 생산공정 분업체제는 또다시 깨질 조짐이다.
발원지는 역시 중국이다.
'자주창신(독자적 기술개발)'을 국가적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서서히 '자기완결(full-set)형 공업구조'를 구축해가고 있다.
더이상 중간재를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고 자국내에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베이징현대차의 차체 강판을 자국기업이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곧 한국이 중국에서 먹을 떡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증가율 둔화와 같은 속도로 말이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부품 소재분야에서 중국보다 한발 앞선 기술수준을 유지해야 하고,이를 위해서는 부품 소재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다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중국 내부에서 비롯된 '차이나 리스크'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내일이면 늦다.한 해 1360억달러를 R&D에 쏟아붓고 있는 중국의 기술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또 내일이 다를 것이다.
woodyhan@hankyung.com
중국 서우두(首都)강철이 베이징현대차의 중국측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 지분 23.6%를 매입한다는 소식이다.서우두강철의 속셈은 분명하다.
베이징현대차의 베이징공장에 차체용 냉연강판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이 공장의 강판 80%를 공급했던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이 뉴스는 한·중 경제통상 관계의 질적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를 계기로 한·중 경제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한·중 무역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 유발형'교역이 많다는 점이다.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했고,현지 투자기업들이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부품 및 반제품)를 수입하는 형태의 무역이 많았다.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약 620억달러)중 80% 이상이 중간재였다는 게 이를 보여준다.
이같은 무역구조의 특징은 1990년대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동아시아 지역에 새롭게 형성된 분업구조가 낳은 결과였다.90년대 이전 동아시아의 경제무역 발전은 '안항(雁行)모델'로 요약된다.
기러기가 삼각편대를 이루며 하늘을 날듯,동아시아 내 한 국가의 산업이 역내 후발 국가에 순차적으로 이전한다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90년대 들어 거의 전 산업에 걸쳐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면서 이 산업이전 모델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안항모델을 대신해 동아시아 경제통상 분석모델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생산공정분업(Fragmentation of Production)'이다.
한 제품의 생산공정 단계에서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형태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생산되는 컬러TV의 경우 브라운관은 일본에서,모니터는 한국에서,콘덴서는 대만에서 만들어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중간재 교역이 늘어나게 된다.
생산공정분업을 낳은 핵심요소는 기술과 생산원가(노동비용)의 차이였다.
기술수준이 높은 일본 한국 등은 고기술 중간재를,임금수준이 낮은 중국이나 아세안국가들은 조립단계 공정에 특화한 것이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팔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수혜를 받았던 생산공정 분업체제는 또다시 깨질 조짐이다.
발원지는 역시 중국이다.
'자주창신(독자적 기술개발)'을 국가적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서서히 '자기완결(full-set)형 공업구조'를 구축해가고 있다.
더이상 중간재를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고 자국내에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베이징현대차의 차체 강판을 자국기업이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곧 한국이 중국에서 먹을 떡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증가율 둔화와 같은 속도로 말이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부품 소재분야에서 중국보다 한발 앞선 기술수준을 유지해야 하고,이를 위해서는 부품 소재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다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중국 내부에서 비롯된 '차이나 리스크'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내일이면 늦다.한 해 1360억달러를 R&D에 쏟아붓고 있는 중국의 기술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또 내일이 다를 것이다.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