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강사' 자격증 있으면 몽골에선 대학교수 된다

김기복씨(가명)는 올해 몽골에서 대학교수 자리를 얻었다. 학력이래봐야 대학 졸업장이 전부였지만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획득한 덕분에 '교수님'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한류 바람을 타고 몽골 내 15개 대학에 한국어 학과가 개설됐지만 가르칠 인력이 부족해 김씨처럼 6개월 과정을 거친 '강사'도 교수로 영입하고 있어서다. 월급은 40만원 수준이지만 물가가 싼 몽골에서는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다.

한류 바람과 함께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면서 한국어 강사가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산업연수원생으로 한국을 찾는 현지인이 늘어나며 이들 지역 한국어 강좌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외국인은 '한국어 능력시험'에 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또 두산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들도 현지 근로인력에게 한국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들도 한국어 배우기에 열중하면서 강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어 강사는 대학에서 정규학부를 졸업하거나 대학 부설 교원양성 과정 이수,사설 교육기관 등을 통해 배출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지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부과정을 개설한 대학은 배재대학교,경희대(수원캠퍼스),대구 계명대 등으로 이들 대학을 졸업하면 문화관광부에서 지급하는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영남대 국어생활상담연구센터는 올해 초부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을 개설해 현재 제2기 수강생을 교육하고 있다.

사설 교육기관도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의뢰로 한국어 강사 양성과정을 개설한 'A1아카데미'는 6개월간 한국어 120시간과 교양 및 외국어 학습 등 600시간 이상의 강의를 가르치고 있다. 이곳은 특히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이면 수강할 수 있는 데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의 현지 취업까지 알선해주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최근 40명 모집에 180명이 몰려와 4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고 말했다.한국어 강사의 급여 수준은 현지 사정에 따라 다르다. 중국은 월 100만원(초임강사 기준),필리핀 800달러,인도네시아 650~70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과 별 차이가 없지만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월 20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어 강사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외취업을 알선받아 나갔지만 강사가 아니라 공장 근로자 역할에 머문 경우도 있고 현지 적응을 못해 쫓기다시피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한국어 강사를 할 만한 적성이나 장래성 등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