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안할듯

정부가 민간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해 오는 11일 한명숙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고위당정 협의에서 최종 매듭을 지을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전면 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정부는 민간 주택공급 위축 등 시장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고위당정 협의가 열리기 전까지 여당을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분양원가 공개 부작용만 우려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당정 부동산협의 과정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올해 다시 논의키로 했던 핵심 쟁점이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는 "민간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키로 한 만큼 분양가 인하효과는 충분하다"면서 "분양원가 공개는 부작용만 있을 뿐 실익이 없다"며 일관되게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지난 2일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분양가 인하 효과는 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민간택지의 경우 올 9월 분양가 상한제(원가연동제)를 실시하면서 분양원가 공개도 보조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 아파트에 적용되면 분양가 인하 효과가 충분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은 원가공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병원 재경부 1차관도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 비용을 싸게 해서 이익을 남기겠다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장애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실제 집값의 차이는 건축비가 아니라 땅값 때문"이라며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정부측의 이 같은 잇단 반대입장 표명에는 더 이상 논란이 빚어져 시간을 끌 경우 모처럼 안정화 기조에 접어들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요동치는 빌미가 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절충안 모색 가능성

정부는 오는 11일 고위당정 협의에서 분양원가 공개 불가 쪽으로 결론을 내릴 방침이지만,여당과의 의견차가 워낙 큰 만큼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특히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거세게 밀어붙이는 것이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최대한 정부측 안을 관철시킬 방침이지만,여의치 않을 경우 적정한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우선 민간아파트의 표준건축비 상세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서도 분양가 인하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여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공공아파트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주택은 택지비 설계비 등 7개 항목의 분양 원가가 공개되고 있으며,당정협의를 통해 이를 61개 항목으로 늘리기로 한 상태다.

이 밖에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만 부분적으로 분양원가 공개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의견

문제는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장과 부동산특위 위원장인 이미경 의원 등은 "분양원가 공개를 확고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강봉균 정책위의장과 변재일 제4정조위원장 등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강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문제는 의지만 갖고 되는 게 아니며 시장의 반응을 두렵게 생각해야 한다"며 "민간아파트의 택지비용 등 분양원가는 취득 과정이 복잡해 평가하기가 힘들고 제도 도입에 따른 실익이 적다"고 부정적인 입장이다.건교부 관계자는 "여당 정책위가 분양원가 공개에 부정적이어서 표준건축비의 상세 내역을 공개하고 이를 검증할 장치를 마련한다는 수준에서 분양원가 공개 문제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