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신당파 '개혁ㆍ실용' 정면충돌

◆ 갈라지는 신당파=김근태 의장은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수구냉전 세력은 한나라당 하나로 충분하다"며 "남북경쟁과 특권경쟁의 정글로 달려가는 길은 한나라당이 대표선수로서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데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면 한나라당으로 집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 지도부의 정책노선을 '좌파'라고 비판한 강봉균 정책위 의장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김 의장은 "평화번영 정책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 갈기갈기 찢긴 사회를 통합시켜 르네상스를 열 것이며 그것을 추진할 세력이 신당에 참여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짝퉁 한나라당을 만들면 역사의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가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는 것도 그것을 위한 일이며,맡은 소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강 정책위 의장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중산층 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정책을 완전히 차별화하면 결국 민주노동당밖에 안 된다"고 반박했다.강 의장은 "한나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만 당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은 결국 집권당이 아니라 소수야당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의장은 자신과 가까운 측근들의 얘기를 마치 당의 얘기인 것처럼 하고 있다"며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 뿌리 깊은 이념·정책차이가 원인=싸움의 발단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였다.김 의장 등 개혁파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 강 정책위 의장을 중심으로 한 실용파가 '좌파적'이라고 강력히 반발,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직접적 원인은 분양원가 문제였지만 그 저변에는 이념차이에 따른 뿌리 깊은 정책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양측은 창당 이후 대기업집단의 출자총액제 폐지와 부동산 정책,국가보안법 폐지,한·미 FTA 협상,대북 포용정책 등의 정체성과 관련된 쟁점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다.이 같은 '색깔갈등'은 해소는커녕 더 악화되는 형국으로 자꾸만 당내갈등이 부각되면서 지지율도 적잖이 까먹었다.

갈등이 최근 불거진 것은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파는 "개혁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며 현 정체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실용파는 "'도로 열린우리당'을 하자는 얘기냐"며 수정을 요구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어차피 색깔이 다른 만큼 갈라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창·노경목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