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분양가 상한제 '혼선'‥프라이스캡이냐, 원가연동제냐

당정이 지난달 15일 확정해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의 시행 방식을 놓고 여권 내에서 총체적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15일 당정협의에서 확정한 분양가 상한제가 당초 알려진 원가연동제가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별로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선을 제시,직접 규제하는 프라이스캡(price cap) 제도라고 7일 밝혔다.이에 대해 건교부는 "합의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여당 내 특위 위원들도 합의 내용을 제각각 해석하는가 하면 일부는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연동제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해 딴소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특위 위원들도 모르는 이상한 대책"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대책을 놓고 당정이 이처럼 갈팡질팡함에 따라 정책의 신뢰성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프라이스캡이냐,원가연동제냐열린우리당은 당정 간에 합의된 지역별로 분양가 상한선을 제시하는 대책을 오는 9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 제4정조위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7일 "당정이 합의한 분양가 상한제는 원가연동형이 아닌 프라이스캡 방식으로 시행될 것"이라면서 "프라이스캡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지역단위 및 적용 주체는 관련 부처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변 의원은 "지역별로 구체적인 분양가 상한선을 정할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 방식이 다른 아파트의 경우 개별 단지별로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건교부는 한 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땅값이 같은 지역 내는 물론 심지어 지번(地番)별로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당정 협의에서 오는 9월부터 민간 아파트에 적용키로 합의한 분양가 상한제란 현행 원가연동제처럼 땅값(토지원가)에 연동해 기본형건축비(표준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정하는 '판교식 모델'이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특위 위원들도 '헷갈려'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가 신규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올리는 주범이라며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의욕적으로 내놓은 게 바로 분양가 상한제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심각한 혼선이 야기됐다.

일부 위원은 프라이스캡으로 이해한 반면 일부는 원가연동제로 파악하고 있었다.

한 자리에서 합의한 사항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해프닝이 빚어진 것이다.

일부 특위 위원은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연동제의 개념조차 이해를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 위원장으로 당정 협의를 주도했던 이미경 의원이 지난달 27일 3차 당정 협의 때까지 분양가 상한제가 프라이스캡 방식이 아닌 현행 원가연동제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게 단적인 예다.

3차 당정 협의에서 이 의원은 "원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분양원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다 동료의원의 설명을 듣고 뒤늦게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특위 관계자는 "일부 위원이 사실관계를 혼돈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선·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프라이스 캡 이란?공공의 이득을 위해 특정 재화의 가격을 일정 수준에 고정시키고자 할 때 사용하는 초강력 가격 규제책.사업자의 가격 인상 상한선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그 범위 안에서 가격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휴대폰 요금과 관련해 도입이 검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