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發 위기] (上) 환율보다 노조가 더 무섭다 … 20년간 336일 파업

'20년째 파업' '104만대 생산차질' '10조원 매출손실' '총 336일 파업' 현대자동차 노조가 남긴 파업의 상흔들이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도 신년 벽두부터 예정된 잔업(통상적으로 해온 잔업 거부는 파업에 해당된다는 법원 판결이 있음)을 거부해 사실상 파업의 닻을 올렸다.이로써 1987년 출범 이후 한 해(1994년)만 빼고 20년째 연례 행사처럼 파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동안의 파업으로 104만7677대의 생산차질과 10조5402억원의 매출손실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환율(원화값)은 등락을 반복하면서 독이 됐다가도 때론 약이 돼 줬지만 노조는 늘상 경영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보다 노조가 훨씬 무섭다"가 실제 상황이 된 셈이다.현대차 관계자는 "2004년부터 판매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데,이는 환율 하락의 영향도 컸지만 노조 파업이 경영의 발목을 잡는 측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탓"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최대 경영악재

'노조발 위기론'은 작년부터 단순한 우려가 아닌 '실제 상황'이 됐으며 이미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지난해 유례없는 고강도 장기파업으로 생산과 판매,수출은 물론 마케팅까지 '올스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탓에 대부분의 시장에서 목표에 미달하는 저조한 실적을 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현대차 주요 판매지역의 연초 대비 사업 목표 달성률은 △미국 89% △캐나다 93% △서유럽 99.8% △터키 95% △인도 98% △일본 66% △호주 92% △중국(베이징현대차) 97% 등이다.

국내에서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중남미와 아중동 지역을 뺀 전 지역에서 부진했다.더구나 올 들어 환율이 작년보다 더욱 가파르게 떨어진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노조가 막무가내식 투쟁으로 나와 경영목표 달성은 극히 어려워졌다.

노조의 잦은 파업과 극한 투쟁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점점 빼앗아간다는 점에서도 환율 급락 등 어떤 경영악재보다 무섭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노조의 상습적인 파업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어 그동안 힘들게 이뤄놓은 품질경영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특히 주요 외신들이 현대차 노사 분규를 시시각각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 현지 소비자는 물론 딜러까지 동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대차의 우려다.

파업 이후 생산된 차량은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져 있는 점도 고객들을 이탈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주요 선진국 경기도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 어느 해보다 어렵게 됐다"며 "이러다가 자칫 경영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대규모 손실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공멸 자초하는 강성노조

노조가 경영위기엔 나몰라라 눈귀를 닫은 사이 현대차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현대차의 작년 3분기(7~9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8870억원,1832억원.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4%,영업이익은 31.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409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분기 실적 공시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였다.

영업이익률은 3.1%에 불과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재원을 마련,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소 5%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이런 상태로라면 성장 엔진이 꺼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앞으로 뭘 먹고 사느냐"는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의 자문이 나올 만도 하다.업계 관계자는 "상습 파업과 분규로 이익이 급감해 투자가 멈추고 신차 개발과 설비 교체가 지연되면 몇 년 뒤에는 결국 근로자들이 부메랑을 맞게 된다"며 "노조의 개혁 없이는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