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한산' 할인점 '북적'...일본인 관광객 '엔低'로 짠돌이 쇼핑

원·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이 씀씀이를 대폭 축소,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크게 의존해 온 서울 시내 면세점과 숙박업소 등의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반면 시내 대형 마트 등은 조금이라도 쇼핑 비용을 아끼려는 일본인들이 몰려들면서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서울 명동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총 매출이 26.3%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의 70%가량 기여해 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구매를 크게 줄였기 때문.서광일 롯데면세점 홍보팀 계장은 "요새는 프라다·루이뷔통 등을 사들이던 일본 명품족(族)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며 "반면 내국인 해외 여행자가 늘고 있어 이들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으로 부진한 매출을 메워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 중앙의 사보이호텔도 일본인 관광객 투숙률이 예년의 70%에서 작년엔 50%가량으로 뚝 떨어지자 객실료(2인 1실)를 11만원으로 15% 낮추는 등 일본인 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김희영 사보이호텔 총 매니저는 "롯데호텔 등 대부분 호텔이 객실료를 낮춰 할 수 없이 따라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명동에서 가까운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지난해 월평균 1만명 정도의 일본인들이 몰려오는 등 뜻밖의 재미를 봤다.

이 매장은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나자 작년 7월부터는 아예 일본어 전문 가이드를 채용하는 등 '특수(特需) 몰이'에 나섰다.계기영 롯데마트 영업총괄 과장은 "매장을 찾는 외국인의 70%를 차지하는 일본인들이 가격과 품질 모두 만족스러워해 최근엔 관광 코스로도 들를 정도"라며 "특히 김을 찾는 일본인들이 많아 건해산물의 작년 월평균 매출은 4억2500만원으로 다른 점포들에 비해 평균 두 배가량 높았다"고 말했다.

일본 상품 구매·경매 대행 사이트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 판매값이 예년에 비해 최고 30%가량 하락,국내 수요자들의 구매가 늘었기 때문.일본 상품 구매·경매 대행 사이트 비드바이코리아는 지난해 12월 매출이 9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25% 증가했다.또 다른 사이트 재팬엔조이의 최근 월평균 구매 건수도 5000건으로 작년 초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