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기득권 지키자는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내놓은 공무원 연금개혁 시안은 한마디로 개혁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지금 공무원들은 거의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앞으로 들어올 공무원들에게만 적자부담 해소(解消)를 떠넘기는 식이기 때문이다.

당초 기대했던 개혁안은 이런 게 아니었다. 현 제도가 그대로 가면 공무원연금 적자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연금지급액을 축소하고 부담금을 상향조정하자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하자는 얘기다. 여기에는 당연히 기존 공무원들의 고통분담이 전제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은 그런 점이 무시되면서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의 개혁 보고서보다 훨씬 후퇴했다.형태적으로 보면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산정 기준을 '퇴직 직전 3년간의 월평균임금'에서 '생애 월평균임금'으로 바꾸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퇴직금을 현행 민간기업의 35% 선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적용, 연금감소액을 보전해 주는 등의 몇가지 보완장치를 도입했다. 어떻게 하면 기존 공무원들이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인지에 골몰한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일반 국민들이 적용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더 내고 덜 받도록 하는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게다가 기존 공무원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다 보니 적자부담 해소는 고스란히 신규 공무원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형평성을 잃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재정부담의 감소효과가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이래서는 국민들에게 설득력(說得力)이 있을리 만무하다.

더욱 기가 찰 일은 개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 안조차 공무원 노조가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정부가 공무원보다 훨씬 많이 부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가부담하는 보전금을 놓고 "혈세로 적자 메운다"고 표현하는 건 잘못이라는 주장까지 하는 것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공무원 부담이든, 정부 부담이든 그 돈이 결국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오히려 국민들은 이번 연금개혁 시안을 보고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 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 개혁도 명분이 선다. 이제 남은 건 국회가 적극 나서 국민들이 납득할 개혁안이 되도록 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