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세계경제 '부동산 거품'에 덜미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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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이 곧 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유엔,세계경제포럼(WEF),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이 이 같은 경고를 한 데 이어 중국 사회과학원도 부동산 버블에 경종을 울렸다.사회과학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버블을 효율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유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도 13일자에서 "올해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거품이 빠져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저금리로 융자를 받아 부동산 등 실물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는 소위 '부채 경감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이 퍼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이 심했다.
주요 기관들의 경고대로 거품 붕괴가 현실화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경기가 자산 디플레로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2003년 이후 이어진 세계경기 회복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자산 효과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주택가격이 9% 하락하고 판매가 15% 급감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2%에서 1.9%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별로 미국은 2.2%→0.5% △EU 2.2%→1.8% △일본 1.7%→1.3% △중국 8.9%→7.0%로 떨어질 전망이다.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관들의 논거는 이렇다.
갈수록 가계 부채가 위험 수위에 접근하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주가→달러가치'로 이어져 온 일련의 미국 경제 거품 붕괴 과정에서 마지막 남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특히 거품 붕괴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2004년 6월 말 이후 이어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 악화로 소득마저 줄고 있어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12조8000억달러로 지난 10년 사이에 무려 5조달러 이상 늘었다.
이처럼 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가계들이 부동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반면 거품 붕괴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기관들은 그간의 가격 상승은 실수요를 반영,투기적인 징후가 낮다고 주장한다.
올해 예상 성장률과 인플레를 감안하면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점도 제시한다.
두 견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분명한 것은 가격 상승의 특징이 오르는 곳만 더 오르는 '차별화(nifty-fifty)'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현상으로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세계 부동산 가격이 2년 전부터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기 요인에 의해 상승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거품 붕괴 여부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대응 여부,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구성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1990년대 일본의 경우 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정책 대응에 실패하고 자가 소유 계층이 엷어지면서 거품이 붕괴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정책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FRB의 1980년대 이후 행보를 보면 금리를 동결한 후 평균 3.5개월이 지나 금리를 내렸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에는 그 기간이 짧았다.
현재 미국의 경우 가구주 연령이 45∼50세인 2070만가구 중에서 76%,35∼40세인 2440만가구 가운데 67%가 자가 소유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30대 후반 연령의 주택 수요가 늘어날 소지가 크다.
따라서 미국 영국 호주 등 이른바 '빅3' 국가의 부동산은 부동산담보대출의 차환(借換)이 둔화하면서 차츰 가격이 안정되는 이른바 '질서 있는 진정 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거품 붕괴 우려가 있을 때도 부동산 가격은 급락보다는 평탄한 고원(高原)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따라서 연초부터 이어지는 거품 붕괴 경고는 실현 여부보다는 각국 정부와 개별 주체들에게 대책을 촉구하는 성격이 짙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유엔,세계경제포럼(WEF),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이 이 같은 경고를 한 데 이어 중국 사회과학원도 부동산 버블에 경종을 울렸다.사회과학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버블을 효율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유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도 13일자에서 "올해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거품이 빠져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저금리로 융자를 받아 부동산 등 실물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는 소위 '부채 경감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이 퍼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이 심했다.
주요 기관들의 경고대로 거품 붕괴가 현실화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경기가 자산 디플레로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2003년 이후 이어진 세계경기 회복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자산 효과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주택가격이 9% 하락하고 판매가 15% 급감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2%에서 1.9%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별로 미국은 2.2%→0.5% △EU 2.2%→1.8% △일본 1.7%→1.3% △중국 8.9%→7.0%로 떨어질 전망이다.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관들의 논거는 이렇다.
갈수록 가계 부채가 위험 수위에 접근하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주가→달러가치'로 이어져 온 일련의 미국 경제 거품 붕괴 과정에서 마지막 남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특히 거품 붕괴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2004년 6월 말 이후 이어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 악화로 소득마저 줄고 있어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12조8000억달러로 지난 10년 사이에 무려 5조달러 이상 늘었다.
이처럼 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가계들이 부동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반면 거품 붕괴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기관들은 그간의 가격 상승은 실수요를 반영,투기적인 징후가 낮다고 주장한다.
올해 예상 성장률과 인플레를 감안하면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점도 제시한다.
두 견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분명한 것은 가격 상승의 특징이 오르는 곳만 더 오르는 '차별화(nifty-fifty)'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현상으로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세계 부동산 가격이 2년 전부터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기 요인에 의해 상승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거품 붕괴 여부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대응 여부,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구성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1990년대 일본의 경우 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정책 대응에 실패하고 자가 소유 계층이 엷어지면서 거품이 붕괴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정책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FRB의 1980년대 이후 행보를 보면 금리를 동결한 후 평균 3.5개월이 지나 금리를 내렸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에는 그 기간이 짧았다.
현재 미국의 경우 가구주 연령이 45∼50세인 2070만가구 중에서 76%,35∼40세인 2440만가구 가운데 67%가 자가 소유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30대 후반 연령의 주택 수요가 늘어날 소지가 크다.
따라서 미국 영국 호주 등 이른바 '빅3' 국가의 부동산은 부동산담보대출의 차환(借換)이 둔화하면서 차츰 가격이 안정되는 이른바 '질서 있는 진정 국면(an orderly calming down)'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거품 붕괴 우려가 있을 때도 부동산 가격은 급락보다는 평탄한 고원(高原)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따라서 연초부터 이어지는 거품 붕괴 경고는 실현 여부보다는 각국 정부와 개별 주체들에게 대책을 촉구하는 성격이 짙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