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SH공사 '사장공모' 시늉

서울메트로 SH공사 등 산하 공기업의 사장을 공모하고 있는 서울시가 사실상 시 1급 공무원을 사장으로 낙점한 상태에서 '무늬만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내정자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산하 공기업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6개 산하 공기업 중 SH공사와 서울메트로의 사장을 공모하고 있다. SH공사사장추천위원회는 11일부터 24일까지 후보 접수를 받아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거쳐 적임자를 오세훈 시장에게 추천할 방침이고,서울메트로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해 말 실시한 공모에서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4일 재공모(응모기간 4~17일)에 나섰다.그러나 서울시가 공모를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내정자가 정해져 있다는 소문이 시 내부와 해당 공기업에 돌고 있다. 실제 서울메트로의 경우 서울시의 K 전 국장이,SH공사는 C 전 실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공기업 노조나 직원들은 시의 낙하산 인사 대신 능력있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사장 공모제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H공사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사장추천위원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함으로써 SH공사가 서울시 간부들의 인사 적체를 해결해 주는 해우소가 되고 있다"며 "사장추천위원회는 행정 관행이나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라"고 촉구했다.서울메트로 관계자도 "과감한 혁신으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한 민간기업 출신 사장이 물러나면서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차라리 공모제나 추천같은 절차 없이 오 시장의 의중에 있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떳떳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산하에는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SH공사 농수산물공사 서울의료원 등 6개의 공기업이 있으며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도 퇴임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4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공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을 공기업사장추천위원회의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시장에게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