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남자들도 "이젠 돈 잘버는 아내가 더 좋아요"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의 매력이 시들해지고 '파워 커플(power couple)'이 늘어나고 있다.

성공한 남성들이 '전쟁의 전리품'처럼 얻었던 젊고 아름다운 전업주부 아내의 매력이 점점 시들고 있다.이는 여성의 성공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이 달라지고 남녀간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폴 칼린 미 퍼듀대 경제학 교수가 학술지 '노동경제학' 최신호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남성의 연봉과 아내의 근무시간 사이의 상관 관계가 최근 20년 동안 역전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남성의 연봉이 많을수록 아내가 일하는 시간은 적었다.성공한 남성들이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얻어 집에 '묶어 두고' 자신의 파워만을 '뽐냈던'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내의 근무시간이 연 1000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전문직 남편의 보수도 5.5%씩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돈을 많이 버는 남성의 아내는 일하는 시간이 남편과 비례해 많아진다는 것이다.칼린 교수는 과거 성공한 남성이 아내를 묶어두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남녀간 연봉 격차가 좁혀지고 직장 내 차별 관행이 줄어들면서 기혼여성을 직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1970년 45%에 달했던 남녀간 임금 격차가 2002년에는 25%로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기혼여성의 취업률도 1980년대 초반 50%에서 70%에 근접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할리우드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 부부,영국의 에드 볼스 재무부 차관과 이베트 쿠퍼 지방정부 차관 부부를 파워 커플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성공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파워 커플'이 늘어나고 있는 요인이다.

한때 성공한 남성이 '아름다운 아내'를 공식석상 등에 동반해 아내의 미모를 과시했다면 지금은 '비즈니스 동반자'로 아내와의 대화를 원하는 남편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용용품을 만드는 제니테크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로젠블래트 사장은 "비즈니스에 관해 서로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 아내와 결혼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파워 커플의 증가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새로운 파워엘리트층과 나머지 계층 사이에 위화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용어풀이 ]○트로피 와이프=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10여년 전 비즈니스계 거물급들의 초혼 혹은 재혼 등의 결혼 상대자인 '미모의 배우자'를 묘사하면서 만든 신조어.전쟁에서 승자가 트로피를 챙겨가듯 매력적인 여성을 데려간다는 뜻이다.

1990년대 전후 미국에서는 많은 성공한 CEO들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젊고 스마트한 여성과 재혼하는 것이 유행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