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반 강사는 사업자 … 종합반 강사는 근로자

여러 학원을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수강생의 수에 따라 임금을 받는 단과반 강사는 '사업자'지만 학원 운영자에게 고정급 성격의 월급을 받아 사실상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종합반 강사는 사업자 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단과반 강사는 주로 영어 수학 등 개별과목의 지도만을 맡으며 종합반 강사는 강의 외에도 학생들의 상담이나 출결관리 등의 업무를 함께 담당한다.대법원 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종합반 강사로 15~20년 일하다 해고당한 김모씨(68) 등 4명이 "퇴직금 3000만~5000만원씩을 달라"며 학원 운영자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사업자 등록을 한 종합반 강사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본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학원 강사로 일하던 김씨 등은 학원 측의 요구로 1994년 사업자 등록을 한 뒤 2월 중순부터 수능수험이 있는 11월 중순까지 10개월간의 강의용역계약서를 매년 체결하며 일해 왔다. 이 때부터 김씨 등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쭉 내왔으며 건강보험도 직장에서 지역으로 바꿨다.

이들은 1999~2001년 해임을 통보받은 뒤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1,2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단순히 한 과목 강사로 근무해 종속적 관계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담임을 맡은 기간에는 근로자로 볼 여지가 있으나 계약 갱신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퇴직금 청구권이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그러나 대법원은 종합반 강사들이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자등록을 했고 지역의료보험에 가입됐더라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해온 만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