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국가자본주의' 물결 … 세계 경제 흔든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대두되고 있는 '신(新)국가자본주의'가 미국 중심의 서방자본주의 체제를 흔들고 있다.

신국가자본주의는 전통 사회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중남미 중동 등의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자칫 국가 간 충돌로 비화될 위험을 안고 있다.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국가 주도형 기업 활동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신국가자본주의가 세계 정치 경제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기존 서방자본주의와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기업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표면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중국 정부는 2005년과 2006년 말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시노펙)에 100억위안(1위안=약 120원)과 50억위안씩을 지원했다.자국의 석유 제품 가격을 국제 거래가보다 싸게 통제하는 한편 해당 석유 업체의 적자는 국고에서 보전하는 조치였다.

중국의 석유회사들은 정부의 지원 자금을 활용,지난 수년 동안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에서 유전 개발권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40여명의 아프리카 정상급 인사를 초청,대규모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들 기업의 에너지 사냥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정부가 석유기업 적자 보전을 위해 지원한 돈 중 일부는 해외시장에서 끌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국제 주식시장에서 365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국영 상업은행 자금이 국영 기업 지원의 '탄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투자에 직접적으로 나설 계획이다.중국은 인민은행(중앙은행) 산하에 '중국판 테마섹'인 중앙후이진투자공사를 설립,1조달러를 넘어선 외환 보유액 운용을 맡길 계획이다.

세계 금융 시장 및 산업계는 후이진공사가 몰고올 '차이나 달러의 위력'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국가가 기업의 경제 활동을 주도하는 '신국가자본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셸이 갖고 있던 '사할린 2'의 가스 유전 개발권을 국영 가즈프롬에 넘긴 것이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내건 러시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셸은 '가즈프롬'에 지분 50%를 넘겨야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원을 무기화하기도 한다.

러시아는 지난 8일 벨로루시를 경유해 유럽으로 보내지는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가격을 2배 인상하자 벨로루시가 항의 조치로 유럽 지역으로의 송유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자원 국유화를 통해 붕괴된 러시아 대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7월 가즈프롬사가 가스 수출을 독점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에너지 산업의 국가 관리를 강화했다.

러시아 대기업들은 국제 자본 시장에 잇따라 진출,주식을 공개해 막대한 외자를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 중심 경제 체제에 대해 서방국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EU(유럽연합)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일 "러시아는 냉전 시대에도 신뢰 가능한 파트너였으나 이젠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서방 자본주의체제의 맹주국인 미국도 경계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과 수송을 다양화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에너지 시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자본주의 체제가 러시아와 중국이 기획하고 있는 신국가자본주의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한우덕 기자 janus@hankyung.com


■ 용어풀이○신(新)국가자본주의=국가가 특정 기업을 국가 관리체제로 편입,각종 경제활동에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현상.해당 기업은 국내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규모를 키운 뒤 외국에서 M&A(인수·합병)를 통해 글로벌 기업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작년 5월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러시아,중국,싱가포르,남미 일부 국가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을 '신(新)국가자본주의'로 명명한 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