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출타'


죽어서 평온마저 그립지 않은 자기 얼굴을

아직 못 본 사람들이 관을 보고 저리 운다난생처음 누더기 몸을 벗고 여행 가는 혼의

홀가분한 즐거움을 못 누려본 사람들이 또

관을 잡고 저리 서러이 운다서러이 서러이 정작 울어주어야 할 사람이

여태 무거운 생을 입고 있는 나인 줄은 모르고

-감태준 '출타' 전문

어떻든 망자(亡者)는 평온할 것이다.

삶의 모든 어깃장에서,크고 작은 절망에서,까닭 모를 슬픔과 외로움에서 벗어났으니까.온갖 구실로 평생 스스로를 괴롭혔던 누더기 몸을 벗고 홀가분해졌을 테니까.

문제는 남겨진 사람들이다.

살아있음으로써 감당해야 할 의무를 생각해 보라.그렇다면 상가(喪家)의 풍경은 뒤바뀌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무거운 생(生)을 입고 아득히 먼 길을 가야 할 사람들이 감히 망자의 평온을 슬퍼하고 있다니.대책 없는 삶의 이율배반.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