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안보, EQ개발 필요하다

李福載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의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두바이유(油)를 기준으로 배럴당 49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17% 하락한 것이고,지난해 최고 수준인 8월8일의 배럴당 72.16달러에 비해서는 32% 하락한 것이다. 이러한 국제 유가의 약세는 온화한 동절기 날씨로 인한 난방유 수요 감소,미국의 석유재고 증가,추가적인 석유 감산에 대한 사우디의 소극적인 태도 등에 기인하는 것이다. 금년도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58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도 연평균 가격 61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 주요 원인은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을 상회하는 석유 공급 증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외의 지역에서 이뤄짐으로써 세계 석유시장에서의 수급(需給)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유국의 부족한 잉여 생산능력,주요 산유국들에 상존하는 불안요인,OPEC의 감산정책,예기치 않은 기상이변 등은 유가를 언제든지 다시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다.

특히 세계 석유시장은 현재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 변화의 특징은 자원민족주의와 에너지안보 블록으로 요약된다. 자원민족주의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다른 자원 보유국들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외국의 자본과 기술에 대해 배타적인 성격을 띠면서 자원 개발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결과 증가하는 세계 석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원유의 생산능력 확충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에너지안보 블록의 대표적인 예로는 중국이 중앙아시아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상하이 협력기구가 있다. 또한 중국이 아프리카의 에너지 확보를 위해 구축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도 있다. 중남미의 국가들이 에너지 독립을 위해 구성하고자 하는 에너지협력체도 또 다른 예다. 이에 더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천연가스 수출국기구의 구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유럽연합(EU)에선 회원국들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競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4년 이후 18개국과 자원정상외교를 펼쳐온 것도 에너지안보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관련 부처는 해당 국가들과 자원협력위원회를 구성,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제1차 한국·아프리카 포럼도 개최한 바 있다. 이러한 자원외교는 향후에도 지속돼야 하며 우리나라 외교정책의 핵심축이 돼야 한다.

에너지 위기의 본질은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공급교란 상황의 발발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평상시에 이뤄지지 않는 데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에너지 기본법의 제정,국가에너지위원회 운영,산하 4개 전문위원회의 본격적인 가동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바탕으로 평상시에 에너지 수급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구조를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이 수급구조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에너지지수(EQ·Energy Quotient)를 구축,운영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지능을 나타내는 지능지수(IQ)와 같이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소비의 효율성,환경친화성 등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향후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에너지자원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에 대비해 이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정형화(定型化)된 지침을 확립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있었던 우리나라 근로자들에 대한 납치 및 테러사태에서도 보듯이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석유개발 주변지역의 환경보호,현지 지역사회 발전에의 기여방안,자원개발사업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한다. 특히 자원개발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함으로써 2002년에 영국 블레어 총리가 주창한 '자원개발사업 투명성 확보선언(EITI)'에 우리나라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