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힘이다] 디지털ㆍ바이오ㆍ나노기술 투자에 '올인'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활동을 이제는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R&D 투자 규모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에서 51%가 경영환경에 관계없이 올해보다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이들 중 9개 기업은 20% 이상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분야별 R&D 전망을 살펴본다.

◆ 전기·전자가전 분야는 제품 트렌드가 슬림화,다기능화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복합화 통합화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에도 단일기능 부품들의 통합으로 인해 복합 모듈이나 원칩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나노 소자 등 나노기술을 활용한 전자제품과 바이오칩 바이오인포매틱스 등 바이오 정보기술도 연구가 활발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통산업의 고기능화 고부가가치를 위한 디지털 기술과의 접목도 활발히 진행돼 자동차(텔레매틱스 하이브리드시스템 등),환경 및 에너지(환경센서 태양전지) 등 이종 산업분야에의 적용을 통해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분야는 D램의 미세회로 공정 개발과 낸드 플래시메모리 등 고부가성 제품의 양산 설비 확보,수요기반을 활용한 비메모리 특화제품의 생산 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정보통신정보통신분야는 빠르게 변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시장의 주도권 획득을 위해선 기술개발 선도정책이 필수적이다. 특히 방송 통신 융합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유비쿼터스 환경에 맞춘 융합 첨단 기술들이 속속 나올 전망이다.

휴대폰분야에서는 초고속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3세대 기술이 확산되면서 방송 화상통화 등 멀티미디어 기능 구현이 자연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멀티휴대폰이 대중화될 것이다. 또한 지상파 DMB의 전국망 확대와 이에 따른 위성 DMB 진영의 경쟁적 마케팅으로 DMB 폰 기술도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가비트급 최종 사용자의 전송 속도를 위한 고속전송기술도 올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태그를 포함한 RFID 기술 개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약

올해 각종 정책환경 변화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을 핵심으로 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본격 시행되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이제 제약산업에서도 진정한 강자 몇 명만 살아 남는 무한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국내 제약업계는 상위권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R&D 활동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대 중반에 그쳤던 제약업계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규모가 올해엔 6%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제약업계 R&D 전략의 핵심은 물론 신약개발이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신약수만 총 27개에 달한다. 올해 임상시험을 통과해 시장에 선보일 신약은 4개 품목이 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그러나 전통적인 화학합성물 신약 개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천연물 신약이나 바이오 신약 개발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 섬유·화학

세계적인 자원부족과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바이오매스 기술이 연구개발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오매스 기술은 생물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가 지난달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해 선정한 27개 중장기 기술개발 과제에도 바이오매스 기술이 선정됐다. 원유가 아닌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유화제품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연구에 대해 연간 20억원가량의 자금이 5~7년간 지원된다. 산자부는 2013년부터 이 같은 기술이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노섬유도 중점적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나노섬유는 지름이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해 종이보다 훨씬 얇고 가벼운 데다 땀은 쉽게 배출하고 박테리아와 같은 외부 물질은 침투가 안 돼 꿈의 섬유로 불린다. 또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필터로 쓰면 여과효과가 매우 크다. 정부는 2015년까지 세균을 차단시켜 주는 나노섬유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개발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 기계·부품·소재

기계·부품·소재는 다른 분야와 달리 단기간의 기술 축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하지만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 전후방산업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R&D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분야다. 게다가 이 산업은 한 나라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잣대 역할을 한다.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계·부품·소재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주력산업으로 키워야 할 핵심 분야로 경기상황 여하에 상관없이 R&D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분석한 올해 기계산업의 수출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13% 증가한 1095억달러로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핵심 업종으로 부각되고 있는 반도체장비 건설기계 공작기계 철도장비 디지털카메라 의료기기 분야에서 성장을 주도하면서 이 분야의 R&D 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분석했다. 진흥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28.7%)을 생산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은 데서 알 수 있듯 올해도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부품·소재산업은 인쇄회로기판(PCB) 통신장비 정밀기계 등의 지속 성장으로 이 분야 부품소재 기업들 역시 R&D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반도체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대표는 "아직도 국산화하지 못한 부품·소재가 많아 일본에 의존한다"며 "국산화 전략에 따라 올해도 매출액의 7% 이상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계주·김동윤·임도원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