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로 본 부동산] 공사기간에 자식들과 살고 싶어…

송모씨(69·서울 옥수동)는 자신이 15년째 살아온 아파트의 리모델링을 반대해오다 최근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자식들과 같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송 씨는 "당초에는 복잡한 게 싫어 리모델링에 반대했지만 공사기간동안이나마 잠시라도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어 동의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할 때 통상 반대 측에 섰던 노인층 입주자들이 최근 들어 찬성쪽으로 돌아서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송씨처럼 2년 안팎의 이주기간 동안 분가(分家)한 자식들과 같이 살아보려는 기대에서다.그동안 리모델링·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들은 주민 가운데 특히 노인층의 반대가 많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리모델링은 아파트 소유주의 3분의 1,재건축은 5분의 1 이상이 반대할 경우 조합설립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인층은 △상대적으로 큰 평형을 갖고 있어 리모델링·재건축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데다 △고정수익 등이 적어 건축비에 부담이 크며 △이주절차도 복잡하다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사업을 반대해왔다.조합 또는 조합추진위들도 이 같은 변화를 의식,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인층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리모델링추진위 관계자는 "노인층의 동의율이 높아지고 있어 리모델링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노인층에는 시공사로부터 이주비용을 빌리지 말고 잠시 자식들과 합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