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금은 경제발전 절박한 시기" … KDI, 신년 공동사설 분석

북한이 올 한 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로 '경제문제 해결'을 꼽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 문제가 북한에서 정치사상 군사 등에 비해 언제나 우선 순위에서 밀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은 올 한 해 남한과의 경제 협력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07년 북한 신년 공동사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매체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 '승리의 신심 드높이 선군조선의 일대 전성기를 열어 나가자'에서 경제 문제를 2007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신년사는 '경제 발전이 현 시기의 절박한 요구'라는 표현을 썼는데 '절박한'이라는 표현은 1995년 이후 처음 등장한 것이다.

조동호 KDI 선임 연구위원은 "정치사상-군사-경제의 순서로 언급하는 게 북한 신년사의 전통적인 방식이었으나 올해는 매우 이례적으로 경제 부문을 가장 우선적으로 취급했다"고 설명했다.조 연구위원은 또 "북한은 2006년의 경제 실적이 저조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등 과거에 비해 비교적 솔직한 현상 의식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10여년간 최악의 역경을 거쳐왔다' '지난 시기와 다름없이 농사를 천하지대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등의 표현은 식량난을 비롯해 북한 내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 중앙정보국(CIA) 등에 따르면 2005년 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1.0% 수준에 머물렀으며 작년에는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로 인해 성장률이 이보다 저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북한은 이에 따라 올 한 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민 생활의 향상'을 경제 부문의 최대 당면 과제로 꼽았다.

북한이 △전력 △석탄 △금속 △철도운수 등 4대 선행 부문보다 농업을 우선 순위에 놓은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이와 관련,KDI는 "북한이 '개별 경제 단위들이 독자적으로 자력 갱생하라'는 것 이외에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경제문제 해결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결국 남한으로부터의 지원 및 경제 협력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중국과의 경협은 악화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고 미국 일본과의 경협은 사실상 중단 상태이며 러시아와의 경협규모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신년사에서 '민족 중시는 외세에 의해 분열과 전쟁을 강요당하고 있는 우리 겨레가 견지해야 할 기본 입장이며 좌우명'이라고 밝히는 등 과거에 비해 남북 협력과 민족 이익을 크게 부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