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파리 취항과 국익

서울~파리 노선 복수 취항을 둘러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경전'은 한·프랑스 항공회담을 하루 앞둔 22일에도 계속됐다.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복수취항을 받아들일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자 다급해진 대한항공은 회담 직전까지 '정부 방침의 부당성'을 각계에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17일 이종희 총괄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 '10년 숙원사업'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일까. 최근까지 각계를 상대로 분주하게 뛰었던 아시아나항공은 다소 느긋해졌다. 파리 복수취항은 1997년 이래 다섯 차례에 걸쳐 양사가 '뜨겁게' 맞섰던 사안이다.

이번에 파리 복수취항이 '국익 논쟁'으로 번진 이유는 프랑스가 복수취항의 전제조건으로 EU 지정항공사 제도(EU클로즈) 수용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EU클로즈란 EU를 하나의 국가로 보고,협상 당사국 외 나머지 26개 회원국의 항공사도 국적항공사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다.

대한항공은 "불평등조약을 받아들일 경우 국적항공사에 큰 피해가 올 것"이라며 '국익을 위해'EU클로즈를 수용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가 들어와선 안된다는 얘기다. 반면 아시아나는 "EU클로즈로 인한 국내 항공사의 피해는 현실적으로 없는 반면 복수취항에 따른 국민 편익은 엄청나게 크다"며 역시 '국익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저마다 '국익'을 생각한다는 양대 항공사의 입장이 이처럼 180도 다른 이유는 무얼까.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사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이란 답을 내놓았다. '국익'이란 이름으로 포장했더라도 이들의 목소리에는 자사의 이익이 1순위로 담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오로지 '국익'만을 생각한 불편부당한 결정을 기대해 본다. 어느 항공사의 주장이 진정 '국익'을 담았는지는 머지않은 시기에 판가름날 것이다.

오상헌 산업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