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3차 쟁점 토론회‥'회사기회 유용금지' 논란

법무부 상법쟁점조정토론위원회는 23일 제3차 최종 공개회의를 갖고 지난해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 중 쟁점사항이었던 '회사기회유용 금지 조항'의 폐지 여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집행임원제' 도입과 관련한 각종 문제점과 부작용을 원점에서 재론했다.법무부는 앞으로 한 차례가량 비공개 회의를 더 가진 후 수정된 상법개정안 최종안을 마련,오는 4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쟁점조정위원회에서 두 달에 걸쳐 이중대표소송 등 3대 쟁점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인 만큼 상법개정안의 일부 문제조항 폐지 내지는 대폭 개정이 기대되고 있다.


○'회사기회의 유용'조항 논란

이날 쟁점조정위 최종 공개회의에선 '기업의 이사가 장래 또는 현재 회사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자기의 이익을 취득해선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회사기회의 유용금지 조항의 존폐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왕상한 서강대 교수는 "회사기회유용금지 조항이 왜 필요한지,현행법만으론 왜 안 되는지 등 제도 도입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낯선 제도를 도입하면 경제에 충격이 큰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규정은 명확해야 예측 가능성이 있고 법으로서 타당성이 있는데 회사기회라는 개념은 가변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데다 너무 추상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도 "미국의 소수 케이스를 모범 삼아 성문법에 명문화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회사기회유용 조항으로 소송이 남발되고 경영진이 소송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경영하는 부작용도 걱정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김영희 변호사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일 수는 있지만 모든 법은 추상적"이라며 "외국과 달리 후진적인 한국기업문화에서 회사기회유용 조항이 들어간다면 기업 이사들의 마인드가 달라질 것이고 각종 규제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법과 현실 따로 집행임원제?

왕상한 교수는 "미국식 이사회를 대전제로 한 집행임원제도를 국내에 일괄 도입할 경우 법과 현실이 따로 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삼현 교수는 "이사회를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원시스템으로 만들자면서 전반적인 논의도 없이 수많은 조문을 일시에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재연 교수는 "모든 기업에 의무적으로 도입하긴 어렵더라도 상장사 정도에 의무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며 "제도 도입으로 이사회 기능이 미국식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영희 변호사는 "업무집행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거래 상대방에겐 사장이나 이사로 행세하지만 법률상으론 이사가 아닌 사람이 많아 계약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을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