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법대로 살자했던 '봉암사결사' 60년됐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24일 경북 문경 희양산 자락의 봉암사를 찾았다.

신라 구산선문의 하나이자 조계종 종립선원인 봉암사에서 쉼 없이 정진하는 선방 수좌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안거 때마다 선방을 찾아 위로하는 '대중공양'을 하지만 특히 올해는 현대 불교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꼽히는 '봉암사 결사' 60주년이어서 의미가 더했다.

'봉암사 결사'는 조선시대의 억불정책에 이은 일제의 왜색화로 왜곡된 수행풍토를 바로잡기 위해 성철·청담·우봉·보문·자운 스님 등 20여명이 의기투합해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봉암사에서 선풍을 진작했던 사건.지관 스님 역시 1949년 말 '결사'의 마지막 대열에 합류했다.

지관 스님은 "당시 나는 청담 스님을 모시고 공부하면서 별좌 소임을 맡았는데,빨치산이 찾아와 스님들을 위협하고 식량과 곶감 고무신까지 빼앗아 갔다"고 회상했다.자리를 함께한 선원장 정광 스님(65)은 "지난해 하안거부터 10개월간 정진하기로 대중들이 뜻을 모아 9개월째 하고 있다"며 "정(定)과 혜(慧)를 함께 닦아 진여자성(眞如自性)을 확실히 깨닫고 부처님의 심인법(心印法)을 이어가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1982년 종립선원으로 지정된 봉암사는 일년 내내 산문을 닫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참선에만 전념하는 수행 도량이다.

'10개월 결사'에 참여해 하루 12시간씩 정진하는 23명을 비롯해 동안거 대중 20명과 기본선원의 사미승 20명이 함께 정진 중이다.주지를 비롯한 소임자들도 일하는 시간 외에는 함께 참선하므로 이판과 사판이 따로 없다.

정광 스님은 "정혜를 올바로 닦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며 "조범모성(朝凡暮聖)이라,아침의 범부가 저녁에 성인이 되는 것이 선법(禪法)"이라고 설명했다.

또 봉암사에서 다섯 번째 안거를 하고 있는 전 종회의장 지하 스님(67)은 "선방에서 짓는 농사가 참 재미있다"면서 "사판을 할 때 몰랐던 재미를 참선할수록 몸으로,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선방 기강을 책임진 입승을 하다가 주지를 맡은 함현 스님은 "백두대간을 찾는다며 산문을 넘나드는 사람들 때문에 난리"라며 자연 및 수행환경 보존을 위한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봉암사(문경)=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