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천不許' 처리과정 문제투성이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증설계획에 대해 '불허'결정을 내렸지만 정부의 논의 및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가 논란의 핵심이었던 구리공정의 반도체공장 설립을 2003년엔 허용해 준 적이 있어 형평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또 환경부가 일찌감치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불가' 방침을 세웠는데도 4개월이나 질질 끈데다 하이닉스의 첨단공장 증설계획이 낱낱이 공개되는 바람에 하이닉스의 향후 투자결정 및 글로벌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어설픈 처리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형평성에 문제없나동부전자는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초 충북 음성에 구리(19개 수질유해물질 중 하나)공정이 포함된 비메모리반도체 공장설립 계획을 마련했다.

음성은 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2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팔당 상수원 상류지역.당시에도 구리공정의 반도체공장은 수질환경보전법에 따라 불가능했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 회생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공장 증설이 필요하다고 판단,법률까지 개정했다.청와대가 2003년3월 무방류시스템 등 친환경 시설이 갖춰진 경우 환경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산업자원부와 환경부는 그 해 9월 특별대책지역에 폐수를 방류하지 않을 경우 공장 설립이 가능토록 법률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 법률안은 2004년 2월 국회를 통과됐다.

◆ 늑장처리로 경쟁력 약화하이닉스가 이천공장을 증설토록 해 달라고 본격 요청한 것은 지난해 7월 말부터.재계에선 당시 정부가 마련 중인 기업환경개선대책에 이를 허용해 줄 것을 강력 당부했다.

하지만 9월 말 나온 개선대책엔 "나중에 여부를 결정한다"고 미뤘다.

이후 세 차례나 결정을 연기하는 바람에 6개월을 허송세월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이천공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해 재정경제부 등에 통보했으며 이후 입장변화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가 왜 4개월이나 질질 끌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하이닉스 투자계획을 일일이 외부에 공개한 것도 문제다.

올해 청주 1라인,내년 2분기 청주 2라인 착공 등을 공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외국의 경쟁업체들이 이 같은 계획을 보고 하이닉스를 따돌릴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향후 방향도 애매모호

정부의 공식 발표는 '상수원 보호에 대한 규제체제 재정비 방안을 최대한 조속히 마련한다'는 것이다.

재경부와 산자부는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환경 관련 규제의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의 상수원 보호관련 제도를 참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미국의 경우 상수원 보호를 업종별로 120종의 배출금지 유해물질을 지정해놓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향후 방향과 관련해 경제부처와 환경부의 어느 쪽 의견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인완·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