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혁신포럼 2007] (1) 쓰레기에서 보물을 찾아라 …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성장에너지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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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한국 제품수 1999년 91개→2004년 59개''한국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1990년 이후 15년간 2%대 정체'(이상 한국무역협회 2006년 조사),'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세계 랭킹 13년째 11~12위 박스권 돌파 실패'(IMF 2006년 발표)….
한국이 포지셔닝 트랩(positioning trap)에 빠졌다. 역발상과 창의적인 모험 없이 지금과 같이 '모방형 전략'에 근거한 투자 기피현상이 이어진다면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샌드위치가 돼(어려운 처지에) 있다"며 "삼성도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체 함정에 빠진 한국호(號)
우리 경제가 10년여 이상 '정체 함정'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경제신문과 IBM은 우리나라가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한 채 미래를 향해 도전하지 않고 있는 안주자(安住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디지털 노마드(nomad:유목민) 시대에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는 '포지셔닝 트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은 기술과 비즈니스 통찰력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궁극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증대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 혁신을 위해서는 창의성과 모험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바이는 상상력으로 사막에 새로운 선진모델을 만들었고 아일랜드는 위험감수의 도전정신으로 선진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추격해오는 후발국들과 브랜드 품질 지식재산권 등 비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선진국들로부터 이리 저리 휘둘리고 있다.정부나 기업의 혁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의 모방전략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1위 한국제품 수가 1999년 91개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 59개로 줄어들었고,선진 37개국 브랜드 가치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2002년 9위에서 2005년 13위로 떨어졌다. 과거 주요 수출산업이었던 경공업은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했고 아직까지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정보기술(IT)산업의 경쟁력도 중국과의 격차가 2004년 2.16년에서 2006년 1.7년으로 좁혀졌다.
◆혁신 전략 부재
한국은 1970년대 노동 및 자본집약적 산업에 투자해 원가우위(cost leadership)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은 우리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원가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습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이나 브랜드 등 비가격적 요소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모방 전략을 고수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혁신 전략도 수립하지 못했다. 게다가 위험을 회피하는 문화까지 생겨났다.모방에만 치중하면 창의성이 떨어져 원천기술이나 표준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우리 주력산업인 휴대폰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로열티 지급액도 함께 증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에서도 점유율 증가만큼 부품 장비의 국산화율은 향상되지 못하는 등 원천 기술에서의 경쟁 우위도 확보하지 못했다.
위험을 회피하는 풍토는 결국 기업가 정신의 추락과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은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도약하는 기간 중 경제성장률 이상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나타났지만 우리나라는 4.5%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동안 설비투자는 0.5%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의 미래투자 부진은 성장동력 훼손이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투입 대비 산출 부족물론 한국은 포지셔닝 트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유럽혁신지수(SII) 산출 방식으로 한국의 혁신지수를 계산해본 결과,우리나라는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이는 대학 졸업률,평생교육 참여 비율,연구개발(R&D) 투자비,벤처자본 투자 등 혁신의 투입(input) 측면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투입에 비해 성과(output)는 만족하기 어렵다. 2004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11.37달러)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터키 제외,28.14달러)의 40.4%에 불과하다.
◆취약한 혁신 기반
포지셔닝 트랩에 빠진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학은 물론 정부출연연구원 등 공공 부문의 연구 성과가 낮은 데다 민간과 정부 간 협업 체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 대학과 공공 부문 연구소의 경우 2005년까지 5년간 국내 박사인력의 85%를 확보하고 연구비 23.3%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 등록 건수는 국내 전체의 9.1%에 불과했다.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또 국제표준을 얻기 위한 노력도 성과를 내지 못했고 혁신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못했다. 늘어나는 특허 분쟁에 대비한 시스템도 취약하다는 평가다. 정부의 규제와 우수한 인재 부족 등으로 미래 주도 산업으로 부상할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수준 미달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한국이 포지셔닝 트랩(positioning trap)에 빠졌다. 역발상과 창의적인 모험 없이 지금과 같이 '모방형 전략'에 근거한 투자 기피현상이 이어진다면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샌드위치가 돼(어려운 처지에) 있다"며 "삼성도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체 함정에 빠진 한국호(號)
우리 경제가 10년여 이상 '정체 함정'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경제신문과 IBM은 우리나라가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한 채 미래를 향해 도전하지 않고 있는 안주자(安住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디지털 노마드(nomad:유목민) 시대에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는 '포지셔닝 트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은 기술과 비즈니스 통찰력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궁극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증대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 혁신을 위해서는 창의성과 모험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바이는 상상력으로 사막에 새로운 선진모델을 만들었고 아일랜드는 위험감수의 도전정신으로 선진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추격해오는 후발국들과 브랜드 품질 지식재산권 등 비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선진국들로부터 이리 저리 휘둘리고 있다.정부나 기업의 혁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의 모방전략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1위 한국제품 수가 1999년 91개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 59개로 줄어들었고,선진 37개국 브랜드 가치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2002년 9위에서 2005년 13위로 떨어졌다. 과거 주요 수출산업이었던 경공업은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했고 아직까지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정보기술(IT)산업의 경쟁력도 중국과의 격차가 2004년 2.16년에서 2006년 1.7년으로 좁혀졌다.
◆혁신 전략 부재
한국은 1970년대 노동 및 자본집약적 산업에 투자해 원가우위(cost leadership)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은 우리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원가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습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이나 브랜드 등 비가격적 요소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모방 전략을 고수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혁신 전략도 수립하지 못했다. 게다가 위험을 회피하는 문화까지 생겨났다.모방에만 치중하면 창의성이 떨어져 원천기술이나 표준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우리 주력산업인 휴대폰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로열티 지급액도 함께 증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에서도 점유율 증가만큼 부품 장비의 국산화율은 향상되지 못하는 등 원천 기술에서의 경쟁 우위도 확보하지 못했다.
위험을 회피하는 풍토는 결국 기업가 정신의 추락과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은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도약하는 기간 중 경제성장률 이상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나타났지만 우리나라는 4.5%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동안 설비투자는 0.5%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의 미래투자 부진은 성장동력 훼손이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투입 대비 산출 부족물론 한국은 포지셔닝 트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유럽혁신지수(SII) 산출 방식으로 한국의 혁신지수를 계산해본 결과,우리나라는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이는 대학 졸업률,평생교육 참여 비율,연구개발(R&D) 투자비,벤처자본 투자 등 혁신의 투입(input) 측면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투입에 비해 성과(output)는 만족하기 어렵다. 2004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11.37달러)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터키 제외,28.14달러)의 40.4%에 불과하다.
◆취약한 혁신 기반
포지셔닝 트랩에 빠진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학은 물론 정부출연연구원 등 공공 부문의 연구 성과가 낮은 데다 민간과 정부 간 협업 체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 대학과 공공 부문 연구소의 경우 2005년까지 5년간 국내 박사인력의 85%를 확보하고 연구비 23.3%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 등록 건수는 국내 전체의 9.1%에 불과했다.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또 국제표준을 얻기 위한 노력도 성과를 내지 못했고 혁신 인력도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못했다. 늘어나는 특허 분쟁에 대비한 시스템도 취약하다는 평가다. 정부의 규제와 우수한 인재 부족 등으로 미래 주도 산업으로 부상할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수준 미달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