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혁신을 위한 긴급제언…'포지셔닝 트랩'에서 탈출하라
입력
수정
IBM 컨설팅 리포트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뒤 부활의 시동을 걸었지만 우리 경제는 2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988년 이후 줄곧 세계 14∼15위 박스권에 갇혀 있다.전체 경제 볼륨은 커졌지만 1인당 GDP(구매력 기준)의 경우 1995년 33위에서 2005년 34위로 오히려 순위가 밀렸다.
한국경제신문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컨설팅 부문을 인수해 세계 최대 컨설팅그룹으로 부상한 IBM과 함께 한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국가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혁신강국 건설을 위한 5대 아젠다'를 공동 제안한다.
한경과 IBM은 한국이 가격에서 중국 등에 밀리고 브랜드 품질 등에서는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를 '포지셔닝 트랩(positioning trap)'에 빠진 때문으로 진단한다.이성렬 한국IBM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 대표는 "한국이 과거 성공 방식이었던 '재빠른 모방자'(Fast Follower)에 머무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모험 투자는 기피해 어느 방향으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소위 '안주자'(安住者) 위치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각종 규제와 외환위기 이후 사회전반에 퍼진 '위험회피 우선주의'로 인해 그동안 한국의 고성장을 견인했던 도전자적인 '기업가 정신'도 일단 주춤해졌다는 분석이다.
먼저 창의성과 모험정신,역발상을 장려하는 문화 조성을 주문한다.이를 구체화한 우리의 첫 번째 아젠다는 '쓰레기에서 보물을 찾아라'이다.
중국 여성 사업가인 장인(張茵) 나인드래곤 회장은 미국에 남아도는 폐지를 수입,홍콩에서 골판지를 만들어 중국 최고 부자에 올랐다.
두 번째 제안은 '500대 글로벌 기업 30개 더 만들자'이다.국가 경제 규모 대비 글로벌 기업(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의 매출액 비율(2005년 기준)은 우리나라의 경우 45%로 스위스 네덜란드 등 강소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한경과 IBM은 '혁신 갑부를 키워라'라는 아젠다를 세 번째로 제시한다.
한국은 한때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도전적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기업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멋진 실패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다.
이동통신 분야의 핵심 특허 4200여건을 갖고 있는 미국의 인터디지털은 '특허 괴물'로 통한다.
이 회사는 2005년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2억3000만∼2억5000만달러의 특허료 지급 판결을 얻어냈다.
이런 외국 특허 괴물의 공세를 막아내고 아시아 표준블록을 만들자는 내용을 네 번째 아젠다로 제시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민간부문의 혁신을 지원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다.
민간이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국가는 조율자(facilitator) 역할을 하는 '민간 주도형 국가 혁신 시스템'을 주문한다.
김철수 대한민국 혁신포럼 취재팀장 kcsoo@hankyung.com
< 용어 풀이 >포지셔닝 트랩(positioning trap)
자리 잡기의 덫,즉 잘못 잡은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전략이 없는 조직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몰라 현재 위치에서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