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고수들의 코믹한판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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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거리는 몸짓의 무술로 상대를 꺾는 택견 김관장(신현준),폼생폼사에 사는 검도 김관장(최성국),날렵한 동작으로 화려한 무예를 자랑하는 쿵푸 김관장(권오중).그들이 함께 맞서는 각목과 칼을 든 조폭 떼거리.그러나 피범벅으로 얼룩진 잔혹한 장면은 거의 없다.
박성균 감독의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은 소시민들의 영웅담을 유머러스하게 전개하는 액션 코미디.기발한 착상으로 웃음을 주면서 사회 비판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웃음의 핵심은 무도관장의 근엄한 이미지를 기분 좋게 배반하는 데 있다.
택견 고수가 파마머리이며 어린 아들도 닮은꼴이다.
그가 악당들과 한바탕 싸운 뒤 아들과 포옹하는 장면도 재미있다.서슬 퍼런 기세를 금세 접고 "아빠(한테) 뽀뽀" 하며 키스세례를 던진다.
검도 김관장은 무게를 잔뜩 실은 일본말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고 외친다.
그렇지만 그가 일본어를 공부하던 회상신이 덧붙여질 때면 박장대소가 터진다."댁은 단독주택에 사십니까"를 똑같이 엄숙한 자세로 말하는 것이다.
김관장들은 조폭에게 맞아 쓰러지면서도 꼬깃꼬깃한 만원권을 챙긴다.
고객(어린이)의 니즈를 파악한다는 구실로 게임을 하고 피아노까지 연주한다.이처럼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유머의 밑바탕에는 인간 본질에 대한 통찰이 깃들어 있다.
영화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동일한 고객층(어린이)과 여자(주인집 딸)를 놓고 경쟁하는 세 김관장은 어쩌면 물과 기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입자인 각자의 처지에 연민을 갖고,외부의 적과 맞서면서 동질성을 확보해 간다.
집값 폭등에 마음 앓는 우리 서민들의 시름도 담겨 있다.
뉴타운 지정에 따른 개발이익은 부동산 시행업자의 몫이고 서민들은 살던 집에서마저 쫓겨난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처럼 시행업자를 조폭과 악의 집단으로 그려낸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두 김관장이 어린이 고객을 빼앗아가는 쿵푸 김관장의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를 내는 초반부 장면은 없느니만 못하다.
후반부에 정체가 드러나는 택견 김관장은 나약한 모습의 일상과 달리 몰래 정의를 실천하는 '조로'와 같은 인물.그러나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그런 에피소드를 넣은 것은 극의 논리에 맞지 않다.2월8일,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박성균 감독의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은 소시민들의 영웅담을 유머러스하게 전개하는 액션 코미디.기발한 착상으로 웃음을 주면서 사회 비판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웃음의 핵심은 무도관장의 근엄한 이미지를 기분 좋게 배반하는 데 있다.
택견 고수가 파마머리이며 어린 아들도 닮은꼴이다.
그가 악당들과 한바탕 싸운 뒤 아들과 포옹하는 장면도 재미있다.서슬 퍼런 기세를 금세 접고 "아빠(한테) 뽀뽀" 하며 키스세례를 던진다.
검도 김관장은 무게를 잔뜩 실은 일본말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고 외친다.
그렇지만 그가 일본어를 공부하던 회상신이 덧붙여질 때면 박장대소가 터진다."댁은 단독주택에 사십니까"를 똑같이 엄숙한 자세로 말하는 것이다.
김관장들은 조폭에게 맞아 쓰러지면서도 꼬깃꼬깃한 만원권을 챙긴다.
고객(어린이)의 니즈를 파악한다는 구실로 게임을 하고 피아노까지 연주한다.이처럼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유머의 밑바탕에는 인간 본질에 대한 통찰이 깃들어 있다.
영화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동일한 고객층(어린이)과 여자(주인집 딸)를 놓고 경쟁하는 세 김관장은 어쩌면 물과 기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입자인 각자의 처지에 연민을 갖고,외부의 적과 맞서면서 동질성을 확보해 간다.
집값 폭등에 마음 앓는 우리 서민들의 시름도 담겨 있다.
뉴타운 지정에 따른 개발이익은 부동산 시행업자의 몫이고 서민들은 살던 집에서마저 쫓겨난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처럼 시행업자를 조폭과 악의 집단으로 그려낸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두 김관장이 어린이 고객을 빼앗아가는 쿵푸 김관장의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를 내는 초반부 장면은 없느니만 못하다.
후반부에 정체가 드러나는 택견 김관장은 나약한 모습의 일상과 달리 몰래 정의를 실천하는 '조로'와 같은 인물.그러나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그런 에피소드를 넣은 것은 극의 논리에 맞지 않다.2월8일,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