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 임원] "리더는 얻어지는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

지난해 초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한 대한항공의 이택용 인력개발센터장(47).

'별'을 단 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그는 지난해 2월 말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교육훈련센터가 아닌 서울대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한항공이 서울대에 의뢰해 개설한 '미니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이수하라는 것."회사 일은 잊고,공부에만 집중하라"는 '엄명'도 함께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아예 교육기간 중 직무 대행자를 지정,이 상무보를 결제라인에서 배제시켜 줬다.교육기간은 모두 15주.이 기간 동안 이 상무보는 23명의 동료 임원과 함께 고교 3학년 때보다 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인사관리 마케팅 조직행동 재무관리 등 경영학 전반에 대한 교육은 기본.협상전략,리더십 등 임원으로 갖춰야 할 역량 개발과정을 마친 뒤엔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해 조양호 회장 앞에서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

이 상무보는 "학생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사법고시도 무난히 합격했을 것"이라며 "15주 동안의 교육이 끝날 때쯤엔 '내 역량이 이 만큼 업그레이드 됐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대기업들이 임원에 대한 교육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CEO(최고경영자)군인 임원들의 실력을 끌어올려야 회사의 성과도 그만큼 좋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치약을 짜내듯' 임원들이 가진 역량을 뽑아 쓰는데만 관심을 갖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삼성그룹이 매년 신규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5박6일간의 교육에는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직접 참석,그룹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스킨십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임원으로서의 역할 변화를 인식토록 하면서 글로벌 역량과 리더십을 함양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이사대우가 되면 받는 5박6일 일정의 임원 교육을 시작으로,승진을 거듭할 때마다 해당 직급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유수대학에서 10주 동안 글로벌 전략,신제품 개발,전략적 의사 결정 과정 등을 배우는 '글로벌 리더 과정'도 임원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현대·기아차 임원들은 1년에 두 차례씩 그룹 인재개발팀에서 정해 준 경영 관련 서적을 읽고 주관식 시험도 치러야 한다.

LG그룹은 임원 승진자에 대해 '사업가' 기질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7박8일 동안의 합숙교육을 시작으로 임원이 반드시 갖춰야 할 전략적 경영능력과 전문지식을 배양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GS그룹은 "인재는 얻어지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란 허창수 회장의 신념을 토대로 임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력 키우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신규 임원 교육 때 시험을 치러 70점(100점 만점)을 못 넘은 과목에 대해선 재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인재를 키워야 기업도 커진다'는 인재경영이 확산되면서 대기업마다 그룹의 핵심 인재집단인 임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