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이슬람 금융] (4) 치열한 허브경쟁 … 말레이시아ㆍ런던 등 오일머니 '求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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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머니가 지난달 30일 런던에서 주최한 국제 이슬람금융 정상회의.연사로 나선 에드 볼스 영국 재무부 차관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수쿠크(이슬람 채권) 등 이슬람 금융상품에 부과된 각종 차별적 규제를 찾아 고치겠다"는 것.영국에선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경우 '지급 이자'가 손비로 인정돼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하지만 '이자'가 아니라 '배당'이 지급되는 수쿠크는 감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번 기회에 이를 공평하게 손질한다는 게 영국 정부의 구상.영국 정부는 지난해 "런던을 국제 이슬람 금융 허브로 키우겠다"고 선언했고 볼스 차관의 이날 발언은 그 후속 조치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21일 법인세 1%포인트 감면안을 내놨다.중동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리콴유 고문장관(전 총리)은 "중동 자금을 잡느냐,놓치느냐는 향후 5~6년 안에 결판난다"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다"고 강조했다.
급성장하는 이슬람 금융을 잡기 위한 국가 간 '허브(중심지)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런던(영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두바이 바레인 카타르 등이 저마다 이슬람 금융 허브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꺼내들고 있다.
뉴욕을 제치고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런던은 내친 김에 이슬람 금융까지 집어삼킬 기세다.시티(런던의 금융 중심가)에 밀집한 수많은 글로벌 금융회사와 막강한 금융 인력,200만명에 육박하는 자국 내 무슬림,'9·11사태' 이후 고조된 아랍권의 반미(反美)감정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런던의 강점.영국 정부는 2004년과 2005년 각각 영국이슬람은행(IBB)과 유럽이슬람투자은행(EIIB) 설립을 인가,이슬람 금융의 기반을 닦았다.
이들 은행은 서방 은행 중에선 처음으로 100%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여기다 이슬람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 완화까지 이뤄지면 런던의 허브 계획은 날개를 달게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시장의 허브라는 강점을 살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오일머니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작년 2월 이슬람주가지수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이 지수엔 이슬람 자금의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샤리아에 부합하는 상장 기업만을 편입했다.
현재 가장 강력한 이슬람 금융 허브로 평가받는 말레이시아는 2010년까지 허브 자리를 완전히 굳히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아시아의 이슬람국가라는 위상을 바탕으로 1980년대 초부터 이슬람 금융을 육성해온 말레이시아는 2004년 외국인의 수쿠크 투자에 대한 원천과세 폐지 등 잇달아 '당근'을 제시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금융회사들은 2500만 동남아시아 무슬림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12%를 관리하고 있다.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이슬람 금융회사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오일머니의 본거지인 중동은 3파전 양상이다.
요즘 뜨는 곳은 단연 두바이.2004년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일종의 '금융자유지대'인 이곳에선 비과세 혜택,외국인의 100% 지분 소유,이익금의 무제한 본국 송금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선 상상하기 힘든 혜택이 주어진다.
2005년 설립된 두바이국제금융거래소(DIFC)에는 전 세계 수쿠크 발행 물량의 44%가 상장됐다.
요즘 두바이에 밀리는 분위기지만 바레인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중동에선 외국계 금융회사가 가장 많이 포진해있는 바레인은 2009년까지 금융센터 호텔 주택 등이 한데 어우러진 '금융항구'를 건설,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타르는 국왕이 직접 "10년 내에 두바이와 바레인을 따라잡겠다"고 공언하면서 허브 경쟁에 뛰어들었다.
작년 1월 카타르금융센터를 설립한 이후 두바이 출신 관료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김수언(두바이)ㆍ주용석(런던)ㆍ류시훈(쿠알라룸푸르ㆍ싱가포르) 기자 indepth@hankyung.com
▶이슬람 Tip◎이슬람주가지수=무기 술 담배 도박 포르노 등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 샤리아의 가르침에 따라 투자할 수 있도록 고안된 주가지수.주류회사나 담배회사등을 제외한 기업들로 구성된다.
싱가포르가 도입한 이슬람주가지수가 대표적이다. 이 중 아시아 기업 100개로 구성된 '아시아 샤리아 100지수'가 많이 쓰인다.
"수쿠크(이슬람 채권) 등 이슬람 금융상품에 부과된 각종 차별적 규제를 찾아 고치겠다"는 것.영국에선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경우 '지급 이자'가 손비로 인정돼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하지만 '이자'가 아니라 '배당'이 지급되는 수쿠크는 감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번 기회에 이를 공평하게 손질한다는 게 영국 정부의 구상.영국 정부는 지난해 "런던을 국제 이슬람 금융 허브로 키우겠다"고 선언했고 볼스 차관의 이날 발언은 그 후속 조치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21일 법인세 1%포인트 감면안을 내놨다.중동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리콴유 고문장관(전 총리)은 "중동 자금을 잡느냐,놓치느냐는 향후 5~6년 안에 결판난다"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다"고 강조했다.
급성장하는 이슬람 금융을 잡기 위한 국가 간 '허브(중심지)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런던(영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두바이 바레인 카타르 등이 저마다 이슬람 금융 허브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꺼내들고 있다.
뉴욕을 제치고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런던은 내친 김에 이슬람 금융까지 집어삼킬 기세다.시티(런던의 금융 중심가)에 밀집한 수많은 글로벌 금융회사와 막강한 금융 인력,200만명에 육박하는 자국 내 무슬림,'9·11사태' 이후 고조된 아랍권의 반미(反美)감정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런던의 강점.영국 정부는 2004년과 2005년 각각 영국이슬람은행(IBB)과 유럽이슬람투자은행(EIIB) 설립을 인가,이슬람 금융의 기반을 닦았다.
이들 은행은 서방 은행 중에선 처음으로 100%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여기다 이슬람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 완화까지 이뤄지면 런던의 허브 계획은 날개를 달게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시장의 허브라는 강점을 살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오일머니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작년 2월 이슬람주가지수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이 지수엔 이슬람 자금의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샤리아에 부합하는 상장 기업만을 편입했다.
현재 가장 강력한 이슬람 금융 허브로 평가받는 말레이시아는 2010년까지 허브 자리를 완전히 굳히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아시아의 이슬람국가라는 위상을 바탕으로 1980년대 초부터 이슬람 금융을 육성해온 말레이시아는 2004년 외국인의 수쿠크 투자에 대한 원천과세 폐지 등 잇달아 '당근'을 제시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금융회사들은 2500만 동남아시아 무슬림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12%를 관리하고 있다.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이슬람 금융회사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오일머니의 본거지인 중동은 3파전 양상이다.
요즘 뜨는 곳은 단연 두바이.2004년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일종의 '금융자유지대'인 이곳에선 비과세 혜택,외국인의 100% 지분 소유,이익금의 무제한 본국 송금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선 상상하기 힘든 혜택이 주어진다.
2005년 설립된 두바이국제금융거래소(DIFC)에는 전 세계 수쿠크 발행 물량의 44%가 상장됐다.
요즘 두바이에 밀리는 분위기지만 바레인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중동에선 외국계 금융회사가 가장 많이 포진해있는 바레인은 2009년까지 금융센터 호텔 주택 등이 한데 어우러진 '금융항구'를 건설,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타르는 국왕이 직접 "10년 내에 두바이와 바레인을 따라잡겠다"고 공언하면서 허브 경쟁에 뛰어들었다.
작년 1월 카타르금융센터를 설립한 이후 두바이 출신 관료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김수언(두바이)ㆍ주용석(런던)ㆍ류시훈(쿠알라룸푸르ㆍ싱가포르) 기자 indepth@hankyung.com
▶이슬람 Tip◎이슬람주가지수=무기 술 담배 도박 포르노 등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 샤리아의 가르침에 따라 투자할 수 있도록 고안된 주가지수.주류회사나 담배회사등을 제외한 기업들로 구성된다.
싱가포르가 도입한 이슬람주가지수가 대표적이다. 이 중 아시아 기업 100개로 구성된 '아시아 샤리아 100지수'가 많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