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제 하이닉스 사장 사의 … 후임은 누구?

지난달 말 이사회 및 채권단에 동시에 사의를 밝힌 우의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작년 가을부터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라며 "이제야 사의를 밝히는 이유는 회사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찍 사의를 표명할 경우 경영권 누수현상이 생기고 최적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그는 최근 수도권 내 이천공장 증설을 둘러싸고 정치권 및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정황이 이번 사의 표명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우 사장은 "한국경제신문이 2일자에 보도한 대로 '후진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순수하게 용퇴'하는 것"이라며 "올해 제 나이가 한국나이로 64세"라고 덧붙였다.

◆후임자 선출과정은한편 우 사장이 사의를 철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채권단은 금명간 후임 사장 인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일단 헤드헌터사를 통해 검증된 전문가를 추천받은 뒤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면접 등을 통해 적합한 인물을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하이닉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측 사외이사 7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이사회가 새 사장 후보를 승인하면 오는 3월 말 주주총회를 거쳐 선출작업이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새 사령탑에 어떤 인물이 최종 추천돼 선임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부 인사냐,외부 수혈이냐헤드헌터사와 채권단은 하이닉스 안팎에서 복수의 인물을 대상으로 해당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경영자로서의 역량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 사장이 닦아놓은 경영 기반을 안정적으로 계승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냐도 중요한 잣대다.

이 같은 측면에서 일단 회사 사정에 밝고 경영흐름을 꿰뚫고 있는 사내 인사들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COO(Chief Operation Officer)'로서 기술·생산을 총괄하고 있는 오춘식 부사장과 글로벌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대수 부사장이 당장 물망에 오를 수 있다.

유럽계 ST마이크로와의 제휴,중국 공장 건설 등 굵직한 전략사업들을 성사시켜온 권오철 전략기획실장(전무)도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공장 증설 문제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채권단의 지분 매각까지 앞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풍을 막아줄 수 있는 '든든한 유력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대제 정보통신부 전 장관 등을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하지만 진 전 장관의 경우 옛 현대그룹 임직원이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삼성 출신이라는 점,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