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펀드, 해외부동산 본격 공략] 될성부른 부동산 대거 입도선매

지난 일요일(11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이규성 차장(35)은 밤 11시 인천공항을 빠져나갔다.

목적지는 상전벽해의 사막도시 두바이.작년 6월 첫 출장 후 벌써 6번째다.이번에도 주말에 출발해 새벽 5시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업무에 돌입하는 '2박4일' 일정이다.

이런 강행군의 이유는 그가 두바이 52층짜리 최고급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부동산펀드 운용을 맡은 매니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원화는 중동 중국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급부상 중이다.전문가들은 "지난해 싹을 틔운 해외부동산 직접투자가 올해 꽃을 피우며 원화가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부동산 공략 첨병은 펀드

해외부동산 시장 진출의 주역은 지난해 본격 등장한 사모 부동산펀드다.이들은 주로 은행 보험 연기금 등 대형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아 운용한다.

투자형태는 초기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많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직접 매입사례가 늘고 있다.

미래에셋은 계열 맵스자산운용이 설정한 사모부동산펀드를 활용해 작년 6월 말 상하이 푸둥지구에 건설 중인 23층 규모 오피스 빌딩을 2800억원에 샀다.1600억원은 이미 투자됐고 나머지 1200억원은 내년 6월 완공 전에 지급한다.

마이다스운용도 지난해 9월 말 만든 442억원 규모 사모펀드로 두바이 중심지 비즈니스 베이에 5만1100평 규모의 첨단빌딩을 신축 중이다.

총 사업규모는 3300억원에 달하며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3만8000평)나 여의도 63빌딩(5만300평)보다 건물 연면적이 큰 초대형 프로젝트다.

펀드투자자들은 건물이 완공되는 2009년 9월 말까지 1000억원을 추가출자키로 약정했다.

조재민 마이다스운용 대표는 "상반기 중 두바이에 투자하는 다른 펀드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과 우리CS자산운용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운용은 중국 하서 신구개발과 쿤밍 아파트사업에 사모펀드 자금을 각각 266억원,200억원을 투자했다.

상하이와 선양에서도 곧 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지난해 캐나다와 카자흐스탄 부동산에 830억원을 투자한 우리CS자산운용도 이달 중 300억원짜리 사모펀드를 조성,베이징 빌딩에 투자할 계획이다.


◆개인투자도 34배 급증

작년까지 기관이 돈을 대는 사모펀드가 중심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해외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가 본격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펀드가 수익률 30%대의 고수익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돈이 몰리고 있다.

이미 맵스자산운용이 이달 초 공모방식의 '아시아퍼시픽펀드'를 통해 4317억원의 자금을 유치,아시아와 전 세계 부동산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이 펀드는 푸둥지구 20층짜리 빌딩을 1300억원에 사기 위해 1월 말 양해각서를 교환했으며,이번 주엔 베이징의 2만2000평 규모 첨단금융센터 매입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우리CS운용은 전 세계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형 펀드를 2분기 중 선보일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달 중 베트남 부동산펀드를 출시하고 상반기 중 아시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형 공모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범석 한국투신운용 사장은 "작년 한해 아시아를 순회하며 철저한 시장조사를 했다"며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새로운 개념의 펀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해외부동산 직접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개인들의 외국부동산 투자는 1286건,5억1420만달러에 달했다.

한 해 전보다 건수로 51배,금액기준으론 34배 늘었다.

김정호 한국은행 조사역은 "정부가 이달 중 투자목적 해외부동산 취득 송금액을 300만달러로 확대하면 개인의 해외부동산 투자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 부동산 투자는 아시아권이 중심인 법인과 달리 미국 캐나다 등 북미대륙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부동산 경기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어 '몰빵 투자'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백효환 대우증권 IB(투자은행)담당 상무는 "해외부동산 시장은 나라마다 제도와 여건이 달라 투자위험이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