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大해부-3부 지역상권] (1) 대전 은행동‥1020 젊은층 몰리는 '대전의 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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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구도심지인 중구 중앙로에 위치한 은행동은 주로 10,20대가 몰리는 쇼핑 상권이다.
'대전의 명동'이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서울 명동과 다른 것은 패션 가게 사이사이 음식점과 노래방이 있다는 점이다.
서울 명동이 패션 상가와 먹자골목으로 뚜렷이 양분된 데 비해 대전 은행동은 여러 업종이 한 곳에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 상권이 먹자 기능에,유성 관광특구가 유흥 기능에 치우쳐 있는 것과도 구별된다.규모와 유동인구 면에서 대전의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은행동 상권에는 중저가 의류매장이 몰려있다.
지하철이 지난해 3월 이 상권을 관통,중앙로네거리에 역이 생겨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갤러리아백화점 동백점,엔비백화점,밀라노21 등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이 있어 손님을 모을 수 있는 집객시설도 충분한 편이나 소비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푸념이다.상인들은 "2∼3년 전부터 은행동의 상권 기능이 쇠약해 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전에 고객들이 5만원대 옷을 주로 구입했다면 지금은 4만원대 옷을 고른다는 얘기다.
1인당 소비지출액인 객단가가 1만원 정도 떨어진 셈이다.대전의 대표 상권도 불경기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
의류 매장 '폴햄'의 매니저는 "1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져 지금처럼 장사하기 힘든 적이 없었다"며 "10,20대 손님은 많지만 지갑이 얇아졌는지 대부분 구경만 하는 뜨내기 손님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나마 있던 방학 특수도 올겨울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류 매장 '게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이 매장의 진효정 매니저는 "보통 오픈하자마자 하루 평균 2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게 정상인데 이 점포는 현재 100만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과 유흥업소의 상황도 어려웠다.
17평 규모의 순대집을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금요일 저녁에 반짝 매출로 가게를 지탱하고 있을 정도"라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인데 매출은 갈수록 떨어져,종업원 없이 혼자 일한다"고 말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한 호프집 점주는 "대전 지역 경기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며 "6개월마다 은행동 일대 매장이 물갈이될 정도로 업종이 자주 바뀌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액세서리와 의류 전문점 '르 꼬끄 스포르티프'는 유명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그나마 상권에서 잘 버티고 있다.
신헌영 르 꼬끄 스포르티프 사장은 "둔산 등 신시가지가 생겼지만 대전의 중심 상권은 아직도 은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지하철 전체 구간이 개통되면 은행동으로 오는 유동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매장의 한 달 평균 매출은 3000만원 선으로 작년에 비해 20%가량 준 상태.30평 규모의 이 매장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600만원이다.
한편 은행동 지하상가는 1981년 건설됐다.
의류 잡화 액세서리 화장품 등 주로 패션 업소가 몰려 있는 이 지하상가의 매장 수는 총 602개로 5평 규모 소형 매장이 대부분이다.
7평 점포를 기준으로 시세가 보증금 1억원,월세 500만원 정도다.
대부분 매장은 하루 평균 200만∼3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하상가 의류매장의 한 점주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7만명 정도"라며 "1만원 대 안팎의 저가 옷이지만 그때그때 유행에 맞는 옷을 공급해 하루 평균 매출 300만원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20%가량 뛰었다"며 활짝 웃었다.
성진영 중앙로 지하상가 관리사무소 소장은 "분수대,공연장 등 총 5곳의 휴게공간을 만들어 고객들이 어두컴컴한 지하상가 이미지를 갖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호객행위 일체 금지,유모차 배치,인근 주차장 4곳과 계약을 통한 무료 주차권 배부 등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힘쓴 결과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지하철 중앙로역이 개통되면서 지상과 지하 상가의 매매가는 계속 오름세다.유동인구가 다시 늘어나면서 상권이 부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올초 평당 3000만원이었던 중앙로 주변 지상 상가의 매매가는 현재 5000만원 선까지 치솟았고 가을 쯤 되면 더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성호·정호진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