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수 문유석 판사, "서울대와 하버드, 겉은 비슷해도..."

'하버드 법대생들은 정말 머리가 뛰어난 공부벌레일까?' 답은 '정성과 성실이 하버드생을 뛰어나게 만든다'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판사(38ㆍ사시 36회)가 13일 자신이 체험한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법대를 비교하는 글을 법원 통신망에 올렸다.그는 결론적으로 두 학교가 '다를 것 없기도 하고,다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문 판사는 하버드 법대생이라고 해서 머리가 뛰어나거나 특별한 게 없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한 학기를 하버드 법대에서 보낸 그는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논리 전개와 아이디어를 지켜볼 수 있었다"며 "생각보다 영특한 학생들은 눈에 띄지않았다"고 말했다.대략 분류해 보면 10명 중 똑똑한 학생이 1~2명,평범하되 열심히 하는 학생이 4명,대충 따라가는 학생이 4명 정도의 비율이란 것.'하버드의 공부벌레'란 말도 과장이 섞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버드 법대생들도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켜놓고 미녀 사진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그러나 예습을 하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가는 게 의미가 없고 기본적으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문 판사는 덧붙였다.

문 판사는 하버드가 우리와 다른 점으로 교수들의 성실성과 열정을 꼽았다.그는 린 로푸키 교수가 학생들의 생각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질문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깨닫도록 수업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잘 가르치는 사람이 있나'라고 감탄했다고 고백했다.

또 이곳 교수들은 학생들이 이메일로 질문하면 '스팸 메일'로 여겨질 정도로 전 수강생에게 대답을 보낸다는 것.

문 판사는 "교수부터 도서관 사서에 이르기까지 귀찮을 정도로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시스템보다는 열정·성실 등 평범해 보이는 가치가 하버드를 뛰어나게 만드는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