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X파일' 별거 없었네… 과거 선거법위반 판결문ㆍ스크랩 불과

"태산명동에 서일필이었다."(맹형규 한나라당 국민승리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국민 대다수가 모르는 일"이라며 공개를 별러온 '이명박 X파일'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과거 선거법 위반 관련 판결문과 신문기사 스크랩뿐인 것으로 15일 드러났다.박 전 대표측 관계자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새로운 내용이나 주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나라당 대권 경쟁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으며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정인봉 발(發) '이명박 X파일'은 일단은 해프닝으로 정리돼 가는 분위기다.

◆과거 선거법 위반 내용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 이사철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는 이 전 서울시장이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선거법 위반과 범인도피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며 "자료의 대부분은 당시 법원의 판결문과 이를 보도한 신문기사를 복사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미 수사기관이 수사를 끝낸 것이어서 검증위원회가 더이상 조사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만큼,검증절차를 즉시 종료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은 1996년 총선 때 종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나 법정 선거비를 초과 지출하고,이를 폭로한 김모 비서관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받았으며 1998년 의원직을 자진 사퇴했다.정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경준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어처구니없다"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변인은 "정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도 왜 이런 자료를 제출했느냐'고 물어보니 '그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많은 것 같아서 알리고 싶었다'고 답변하더라"고 전했다.

맹형규 부위원장은 "박 전 대표측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도 자료를 보고 황당해 했다"며 "심도있게 논의한 결과 설연휴 내내 끌 필요없이 바로 종결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박 전 대표 책임" 반격

이 전 시장측은 "국민과 당원을 혼란케 한 데 대해 박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

진수희 의원은 "대 국민 사기극"이라고 단정하며 "이런 사람을 특보로 임명한 캠프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권 의원도 "정 변호사는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를 맡았던 사람으로 캠프 회의에도 참석했으며,박 전 대표가 경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정도로 아끼는 사람"이라며 "독자행동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 최경환 의원은 "이번 사안은 정인봉 개인 차원의 일"이라며 "이 전 시장 진영에서는 우리가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이 정도냐.이 전 시장 측은 음모설을 제기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변호사의 'X파일'이 이미 알려진 사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내려짐에 따라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즉각 정 변호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정 변호사가 공개하지 않은 다른 자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검증 논란의 불씨가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