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환경정책 '황사 공포증' ‥ 모래바람 한번 불면 도루묵

올 봄 우리나라에 사상 최악의 황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04년부터 매년 수천억원을 투입하며 심혈을 기울이지만 '황사 못막고 자동차 매연 잡아야 의미없다'는 정책효율성 시비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19일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 3,4월 사상 최악의 황사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북부지방의 극심한 겨울 가뭄과 이상고온현상으로 황사생성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기상청 황사연구팀 전영신 박사는 "지난해 11월 이후 현지 강우량이 10mm 미만에 그쳤고 평균기온도 예년에 비해 1~3도 정도 높다"며 "황사가 가장 심했던 2002년의 조건을 닮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길게는 3~4일씩 이어져 호흡기 환자가 폭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서울시의 역점 사업인 '맑은 서울 만들기'가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서울시는 지난해보다 10% 정도 많은 198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경유차 저공해 사업 및 바이오디젤유 시험보급 등 적극적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 3월부터는 서울 시내 모든 도로와 보도(걷는 길)까지 주기적으로 물청소를 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겠다는 구상도 나왔다.그러나 황사는 이런 노력을 무력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민들이 수치보다 체감 공기질을 따지는 탓이다. 게다가 황사 유해성이 더욱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강성종 의원에 따르면 황사 때 납과 카드뮴,크롬 등 유해 중금속 함유량이 황사가 없는 날보다 최대 20배와 14배,21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각종 질환의 주된 원인물질인 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15배까지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황사가 심해질수록 경유차배출가스 감축 중심 정책이 집중포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국대기환경학회 소속 학자 상당수는 "서울시 대기오염 주범은 자동차가 아니라 비산먼지나 불법소각,외부유입 오염물질 등 다른 요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기타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는 정책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학회는 대기오염 주범 중 자동차 비중을 15% 안팎으로 본 반면,서울시는 이 비중을 60~70%로 보고 정책을 입안해 왔다.

이런 상황이라면 서울시는 공기가 제법 좋아졌다는 말도 꺼낼 수 없는 처지다. 물론 통계만 놓고 보면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5년간 줄곧 감소해왔다. 2000년 65㎍/㎥였던 미세먼지(PM10) 농도는 지난해 말 60㎍/㎥으로 떨어졌다. 특히 황사요인을 빼면 55㎍/㎥로 15.3% 개선됐다. 그럼에도 벙어리 냉가슴인 셈이다.서울시 맑은서울 추진본부 관계자는 "모두 황사가 반갑지 않겠지만 우리만 할까 싶다"며 "아무리 그래도 선진국에서 검증된 정책수단인 만큼 자동차 매연감축 정책을 꿋꿋이 추진해 나가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관우·이호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