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진보세력 비판 왜? ‥ "우리나라는 進步만 사는 나라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한 때 자신의 지지 기반이었던 진보 세력의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을 정면으로 재반박하고 나섰다.

참여정부의 무능력과 비개혁이 참여정부의 실패를 불러왔다는 진보학자의 주장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은 물론 진보진영의 태도 변화를 강도 높게 촉구했다.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럽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날 청와대 브리핑에 '대한민국 진보,달라져야 합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올렸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교조적 진보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유연한 진보'를 제시한 뒤 참여정부의 실패를 기정사실화한 채 진보적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위기 논쟁의 실체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지만 무슨 사상과 교리의 틀을 가지고 현실을 재단하는 태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관념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진보진영만 사는 나라인가"라며 쓴소리를 던진 뒤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하면 그것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채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진보라면 미래의 문제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용산기지 이전과 이라크 파병,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에 대한 진보세력의 대안없는 비판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현실은 이론과 다르게 전개된다"면서 "진보진영은 개방을 할 때마다 개방으로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걱정했으나 경제는 모든 개방을 성공으로 기록하면서 발전을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진영 내 분열과 이기주의도 적지 않았다''현실을 사상과 논리체계에 끼워 맞추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민주세력 무능론은 대단히 부당한 논리''참여정부 때문에 진보진영이 망하게 생겼다면 지나친 얘기'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진보세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노 대통령이 이처럼 진보진영과 각을 세운 것은 무엇보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가 실증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좌파 신자유주의'와 같은 모호한 이념의 틀 속에서 편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참여정부가 좌우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상황이 심화되면서 한·미 FTA 등과 같은 국정현안이 차질을 빚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