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 구파발~쌍문 연결 산악열차‥교통.관광 '두가지 효과'

2010년 말 서울 은평뉴타운에 살고 있는 여대생 김보라씨(22ㆍ가명)는 예전과는 달리 아침시간이 여유롭다. 얼마전에 생긴 북한산 산악열차 덕분에 집에서 학교인 덕성여대까지의 통학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차시간에 맞춰 구파발역으로 향했다. 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객의 절반가량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마침내 출발한 열차는 계곡과 능선을 따라 북한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간밤에 내린 눈으로 하얗게 변한 북한산의 설경에 관광객들은 탄성을 내지른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서울시가 구상 중인 북한산 산악열차 도입이 실현될 경우 서울 북부지역의 관광 및 교통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어떻게 개발하나

서울메트로가 내놓은 1안과 2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산악열차가 북한산 인수봉의 북쪽으로 지나가느냐 아니면 남쪽으로 지나가느냐의 여부다. 1안에 따라 북쪽으로 지나가게 되면 1968년 당시 김신조 간첩일당이 침투했던 폭 4m가량의 비포장도로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환경훼손을 피하고 경제적으로 산악열차를 건설할 수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1안의 경우 기존 도로에 레일을 놓기 때문에 지하철 건설비용의 15% 정도만 투입하면 충분히 건설할 수 있다"며 "지하철이 1m당 평균 1억원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약 16km의 산악열차는 총 2400억원 정도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1안은 인수봉의 북쪽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서울 도심의 조망을 상당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어 관광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다.

반면 2안의 경우 인수봉의 남쪽 7부 능선을 따라 열차가 지나가기 때문에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여 상대적으로 우수한 관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능선에 도로를 별도로 내야 하기 때문에 환경훼손 및 추가적인 공사비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대효과북한산 산악열차의 도입으로 서울시는 교통과 관광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명산이지만 산세가 험하고 바위로 이뤄져 있어 일반인도 산 정상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산악열차가 도입되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도 손쉽게 정상 부근의 경치를 즐길 수 있어 관광객 증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산악열차의 디자인을 북한산의 풍광에 잘 어울리도록 설계한다면 그 자체로서 서울의 관광명물이 될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서울 서북지역에 은평뉴타운과 삼송택지개발지구 등 대규모 개발이 예정돼 이로 인한 교통유발 인구가 10만명에 달하지만 뾰족한 교통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산악열차가 개발될 경우 일산이나 은평뉴타운 지역에서 바로 북한산을 넘어 서울 강북,도봉,노원 등 동북부 지역을 거쳐 강남,분당,용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난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진상의 문제점은

우선 수천억원에 이르는 건설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개발안을 전사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만성적인 적자로 인해 현재로선 건설비용을 부담할 만한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영진 서울메트로 기술본부장은 "서울의 관광ㆍ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의 일환이므로 서울시가 주로 부담을 하고 일부 정부지원이나 BTL방식(민자)으로 조달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의 환경훼손 논란이나 청와대가 관리 중인 출입관리지역(김신조 침투지역) 해제 문제 등도 산악열차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배일도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은 "그 누구도 스위스의 산악열차를 두고 환경훼손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는다"며 "개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출입관리지역 해제문제를 놓고도 "지난해 청와대가 경복궁 신무문(북문)을 개방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