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주식회사 기린 ‥ 이젠 종합식품회사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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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 부도가 났고,이후 주인이 두 차례나 바뀌는 등 홍역을 치렀다.
2003년엔 매출액이 전성기였던 1996년(1300억원)의 절반 수준인 643억원으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주위에선 "회사가 곧 문 닫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아이스크림 '본젤라또'와 쌀과자 '쌀로별' 등을 생산하는 ㈜기린은 4년 전까지만 해도 '구제불능' 판정을 받았다.
그러던 ㈜기린이 기사회생하고 있다.부도로 생겨난 골 깊은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고,직원들 얼굴에 생기가 되살아났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제품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새내기 제품 출시에도 시동을 걸고,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업계는 기린이 '강시기업'에서 '성장기업'으로 '턴어라운드'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외형 증가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4년 692억원이었던 매출이 2005년 750억원으로 늘었다.지난해에는 수원 제과공장의 화재로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는 11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2010년엔 매출 200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마련했다.
정체된 식품시장에서 고속성장을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 술은 새 부대에
기린은 1969년 부산에서 문을 연 '향토기업'이지만 1980년대 고급 아이스크림 '본젤라토'와 쌀로 만든 과자 등을 처음 선보이면서 '전국구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건축 화학 등 비주력분야로 사업을 확대한 게 외환위기 때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쓰러졌다.
그 뒤 두 번의 손바뀜 속에 지금의 대주주인 서현개발을 맞았다.
기린은 주인이 바뀐 뒤 2005년 전문경영인인 이용수 사장을 영입했다.
그때부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일'이 시작됐다.
이 사장은 식품산업도 하기 나름이란 소신을 갖고 있다.
"글로벌화가 큰 흐름이지만 식품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이 들어와도 국내 회사들을 당할 수 없다"며 "좋은 시설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산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지난해 초 100억원을 들여 수원 빙과공장을 새로 지은 데 이어 200억원을 투자해 화재로 전소된 제과공장을 다시 지었다.
6월엔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 대지 6500평,연건평 8500평 규모의 제빵공장을 준공한다.
총 투자비는 370억원.반여동 소재 현 공장터에 아파트사업을 펼쳐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2년 새 3개 생산공장을 모두 새로 짓는 '대장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생산 규모가 커지고 제품이 고급화하면 외형도 덩달아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사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문은 생산이다.
삼성전자에서 인사부장을 지낸 이 사장은 "CEO가 돼 보니 생산공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공장이 잘 돌아가야 좋은 제품을 만들고,그래야 영업에도 힘이 실린다"고 강조한다.
2교대 24시간 근무체제도 그가 도입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공장을 돌린다.
주로 저녁 8시까지는 미리 판매 예측된 물량을 생산한다.
저녁 8시 이후에는 추가 주문이 들어온 제품의 맞춤생산에 들어간다.
'유통기한 이틀 전 회수'라는 원칙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틀 전 회수한 제품은 모두 사료용으로 전량 처분한다.
회사가 활기를 되찾은 데는 이 사장의 '스킨십 경영'도 한몫 했다.
이 사장의 자택은 서울 사당동.그는 월·화·수 3일은 부산공장에서,목요일은 서울사무소,금요일은 수원공장으로 출근한다.
어느 한곳에 고정적으로 머물면 몸은 한결 편할 터다.
그러나 현장을 중시하기에 전국을 누비는 '고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노조와의 관계 설정에도 이런 경영철학이 배어 있다.
취임한 뒤 노조와 원활한 관계를 맺는 데 노력했다.
그 첫 번째가 노조위원장의 임원회의 참석이었다.
임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덕분에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종합식품회사의 꿈
기린은 지난해 모처럼 신제품을 내놨는데 예상 밖의 히트를 쳤다.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가 대표적이다.
출시 두 달 만에 500만개가 팔려나갔다.
바이오벤처기업인 오스코텍과 손잡고 뼈의 성장을 돕는 물질(SGA)이 포함된 식빵을 선보인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나왔다.
후속타로 '수박집 총각과 연유 아가씨의 맛있는 스캔들'아이스크림을 개발하기도 했다.
생수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오대산샘물에서 생수를 공급받아 '기린 샘물'이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내놨고,상황음료인 '상녹차'도 출시했다.
다음 달엔 유럽 최대 냉동빵 회사인 덴마크 '란트만넨 유미베이크'와 업무제휴를 맺고,정통 유럽풍의 냉동빵(Frozen Bread) 판매를 시작한다.
냉동빵은 반제품 상태로 만들어져 오븐에 10~15분 구워서 먹을 수 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사업도 추진 중이다.
빠른 행보다.
종합식품회사를 지향하는 모양새다.
회사측은 대리점망을 재정비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면 회사의 계획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린의 이런 야심찬 행보에 "너무 욕심이 앞선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오만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장 신축,마케팅 강화 등 구조조정 방향은 잘 설정했지만 목표하는 매출이나 수익을 내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다"며 "시장에서 롯데 등 대기업과 맞서 싸우기 위해선 마케팅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력 아이템인 양산빵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보면 외형 확대는 물론 속살을 채우는 데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랜스 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빵 반죽에 올리브 오일을 넣어 반죽하고,방부제를 쓰지 않고 강력한 살균효과를 가진 고추냉이(와사비)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또 빵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빵에 들어가는 효모를 배양할 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 사장은 "저력이 있는 회사이니 만큼 올해부터는 실적이 고공행진을 벌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의 내부역량을 높이고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그는 자산가치가 높은 업체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
2003년엔 매출액이 전성기였던 1996년(1300억원)의 절반 수준인 643억원으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주위에선 "회사가 곧 문 닫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아이스크림 '본젤라또'와 쌀과자 '쌀로별' 등을 생산하는 ㈜기린은 4년 전까지만 해도 '구제불능' 판정을 받았다.
그러던 ㈜기린이 기사회생하고 있다.부도로 생겨난 골 깊은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고,직원들 얼굴에 생기가 되살아났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제품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새내기 제품 출시에도 시동을 걸고,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업계는 기린이 '강시기업'에서 '성장기업'으로 '턴어라운드'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외형 증가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4년 692억원이었던 매출이 2005년 750억원으로 늘었다.지난해에는 수원 제과공장의 화재로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는 11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2010년엔 매출 200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마련했다.
정체된 식품시장에서 고속성장을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 술은 새 부대에
기린은 1969년 부산에서 문을 연 '향토기업'이지만 1980년대 고급 아이스크림 '본젤라토'와 쌀로 만든 과자 등을 처음 선보이면서 '전국구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건축 화학 등 비주력분야로 사업을 확대한 게 외환위기 때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쓰러졌다.
그 뒤 두 번의 손바뀜 속에 지금의 대주주인 서현개발을 맞았다.
기린은 주인이 바뀐 뒤 2005년 전문경영인인 이용수 사장을 영입했다.
그때부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일'이 시작됐다.
이 사장은 식품산업도 하기 나름이란 소신을 갖고 있다.
"글로벌화가 큰 흐름이지만 식품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이 들어와도 국내 회사들을 당할 수 없다"며 "좋은 시설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산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지난해 초 100억원을 들여 수원 빙과공장을 새로 지은 데 이어 200억원을 투자해 화재로 전소된 제과공장을 다시 지었다.
6월엔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 대지 6500평,연건평 8500평 규모의 제빵공장을 준공한다.
총 투자비는 370억원.반여동 소재 현 공장터에 아파트사업을 펼쳐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2년 새 3개 생산공장을 모두 새로 짓는 '대장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생산 규모가 커지고 제품이 고급화하면 외형도 덩달아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사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문은 생산이다.
삼성전자에서 인사부장을 지낸 이 사장은 "CEO가 돼 보니 생산공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공장이 잘 돌아가야 좋은 제품을 만들고,그래야 영업에도 힘이 실린다"고 강조한다.
2교대 24시간 근무체제도 그가 도입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공장을 돌린다.
주로 저녁 8시까지는 미리 판매 예측된 물량을 생산한다.
저녁 8시 이후에는 추가 주문이 들어온 제품의 맞춤생산에 들어간다.
'유통기한 이틀 전 회수'라는 원칙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틀 전 회수한 제품은 모두 사료용으로 전량 처분한다.
회사가 활기를 되찾은 데는 이 사장의 '스킨십 경영'도 한몫 했다.
이 사장의 자택은 서울 사당동.그는 월·화·수 3일은 부산공장에서,목요일은 서울사무소,금요일은 수원공장으로 출근한다.
어느 한곳에 고정적으로 머물면 몸은 한결 편할 터다.
그러나 현장을 중시하기에 전국을 누비는 '고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노조와의 관계 설정에도 이런 경영철학이 배어 있다.
취임한 뒤 노조와 원활한 관계를 맺는 데 노력했다.
그 첫 번째가 노조위원장의 임원회의 참석이었다.
임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덕분에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종합식품회사의 꿈
기린은 지난해 모처럼 신제품을 내놨는데 예상 밖의 히트를 쳤다.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가 대표적이다.
출시 두 달 만에 500만개가 팔려나갔다.
바이오벤처기업인 오스코텍과 손잡고 뼈의 성장을 돕는 물질(SGA)이 포함된 식빵을 선보인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나왔다.
후속타로 '수박집 총각과 연유 아가씨의 맛있는 스캔들'아이스크림을 개발하기도 했다.
생수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오대산샘물에서 생수를 공급받아 '기린 샘물'이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내놨고,상황음료인 '상녹차'도 출시했다.
다음 달엔 유럽 최대 냉동빵 회사인 덴마크 '란트만넨 유미베이크'와 업무제휴를 맺고,정통 유럽풍의 냉동빵(Frozen Bread) 판매를 시작한다.
냉동빵은 반제품 상태로 만들어져 오븐에 10~15분 구워서 먹을 수 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사업도 추진 중이다.
빠른 행보다.
종합식품회사를 지향하는 모양새다.
회사측은 대리점망을 재정비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면 회사의 계획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린의 이런 야심찬 행보에 "너무 욕심이 앞선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오만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장 신축,마케팅 강화 등 구조조정 방향은 잘 설정했지만 목표하는 매출이나 수익을 내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다"며 "시장에서 롯데 등 대기업과 맞서 싸우기 위해선 마케팅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력 아이템인 양산빵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보면 외형 확대는 물론 속살을 채우는 데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랜스 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빵 반죽에 올리브 오일을 넣어 반죽하고,방부제를 쓰지 않고 강력한 살균효과를 가진 고추냉이(와사비)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또 빵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빵에 들어가는 효모를 배양할 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 사장은 "저력이 있는 회사이니 만큼 올해부터는 실적이 고공행진을 벌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의 내부역량을 높이고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그는 자산가치가 높은 업체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