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수학·과학 홀대한 교육과정 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그동안 말도 많았던 초·중등 교육과정과 관련해 학생들이 하나의 과목군 내에서 1~2과목씩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이른바 선택과목군을 5개에서 6개로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확정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대상인 선택과목군 변경은 2012년에 이루어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현실과 적당히 타협(妥協)한 산물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당초 교육부는 선택과목군을 5개에서 7개로 늘리기로 했다가 결국 기존의 예·체능 과목군만 체육과목군(체육)과 예술과목군(음악·미술)으로 분리하는 절충선을 택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고 2~3학년 때 음악 미술 체육 가운데 한 과목만 배우면 됐지만 앞으로 체육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 음악·미술 과목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교육부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 몰려 예·체능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예·체능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고 하지만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이 말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던 학생들의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이고 보면 결국 교사들의 기득권을 고려한 '정치적 딜'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혹(疑惑)만 더욱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교육과정은 과학교육 확대에 대한 요구도 외면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교육부는 고교 1학년의 과학수업 시간을 주당 3시간에서 4시간으로 1시간 늘린 것을 가지고 과학교육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교 2학년 때부터는 과학을 한 과목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초·중등 교육의 부실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기초적인 수학·과학 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대로 가면 인력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미래산업의 경쟁력 상실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공계의 위기를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바로잡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키는 꼴이 돼서야 말이 안된다.

자라나는 학생들과 국가의 미래를 동시에 감안해 설계되어야 하는 게 교육과정임에도 이번 개편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특히 미래를 위해 어떤 교육을 중시하고 있는지 교육부가 직시하는 게 급선무(急先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