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합법화 싸고 내부갈등

공무원 10만여명이 가입된 국내 최대 공무원단체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합법노조 전환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4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전공노의 합법노조 전환 여부를 결정하자는 '긴급안건'이 상정됐으나 합법화 전환을 반대하는 강경파의 실력 저지로 표결은 물론 대회 자체가 무산됐다.

전공노 지역본부의 60%가량이 합법노조 전환을 찬성하고 있는 데다,그동안 전공노 내부에서 금기시돼 왔던 합법화 전환 논의가 공식화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전공노 지역본부별로 합법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25일 전공노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24일 안양시 호계3동 민방위교육장에서 권승복 위원장 등 지도부와 전국 대의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대의원대회가 비공개로 열렸다. 2006년 사업성과를 평가하고 2007년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대회에서는 그러나 법외 노조를 고수하고 있는 전공노에 대한 정부 자세가 강경 일변도인데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앞두고 전공노가 합법노조로 전환해 협상주체로 나서는 게 보다 실리적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합법노조 전환을 묻는 긴급안건이 제기됐다.

제안설명과 찬반토론이 이어진 뒤 이 안건의 심의순서를 1순위로 할 것이냐를 묻는 1차 투표에서 '최우선 심의'는 200여표가 나온 반면 반대표는 120여표에 불과해 합법화 전환 요구가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도부측 인사로 추정되는 수십여명이 단상을 점거하고 안건 상정과 표결 진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회의장에는 양측 간 욕설과 고함이 터져나왔고 권승복 위원장은 회의 중단을 선언,이날 대회는 무산됐다.

합법화를 찬성하는 전공노측 관계자는 "1차 투표결과 최우선 심의가 반대파를 압도한 것 자체가 전공노 합법화 요구의 대세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