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사장 김종갑 · 오춘식 '2파전'

하이닉스반도체의 새 CEO(최고경영자)를 뽑기 위한 채권 은행들의 면접이 26일 외환은행에서 실시된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론돼 오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갑자기 후보를 '사퇴'하면서 차기 사장 인선 전망도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지금으로서는 면접 당일 심사위원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맞서 향후 자신이 그리고 있는 회사의 비전을 얼마나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또 현재 회사가 처한 어려움에 대한 '솔루션(해법)'을 어떤 식으로 제시할 것이냐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망과 배경 못지 않게 경험이나 전문성이 중요하게 취급될 것이라는 얘기다.

면접은 외환 산업 우리 신한은행과 농협 정리금융공사 등 6개사로 이뤄진 채권단 운영위원회의 임원들이 진행한다.이들 임원은 면접을 마친 뒤 각각 지지 후보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다.

그 결과 총 6표 중에서 4표 이상을 얻은 후보가 이사회에 사장 후보로 추천된다.

만약 어느 후보도 4표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채권 은행들은 추천 절차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면접대상 후보는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오춘식 하이닉스 생산총괄 부사장,최진석 하이닉스 제조본부장(전무),오계환 u-IT 클러스터 추진센터장 등 4명이다.

당초 사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던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돌연 사퇴를 발표해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진 전 장관의 비서인 임형찬씨는 "채권 은행 중 한 곳으로부터 하이닉스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진지하게 검토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운영하고 있는 투자회사(스카이레이크인큐베이트 코퍼레이션)를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책임 때문에 하이닉스를 맡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진 전 장관 역시 기자와의 전화에서 "비서의 설명 외에 별도로 얘기할 것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채권단과 하이닉스 등에선 진 전 장관의 중도하차가 각 후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저울질하며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김종갑 전 산자부 차관 측은 사실상 범 정부 차원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낙하산 인사'가 될 공산이 크다는 하이닉스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천공장 증설 등 중대한 현안을 조율할 수 있는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과거 256메가 D램 개발을 주도하면서 생산관리 분야에 능통한 오춘식 부사장은 현장 업무에 밝은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사내에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경력으로 보나 연배로 보나 차기 사장 선출은 김 전 차관과 오 부사장 간 2파전으로 전개될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조 일부의 지지를 받으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최진석 전무와 과거 현대전자에서 반도체부문장을 지냈던 오계환 센터장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관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는 이달 28일까지 최종 후보를 선정,하이닉스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조일훈·유병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