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에어컨 예약…밤낮없는 삼성광주전자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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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원래 '한철 장사'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더위가 시작되는 늦봄이나 돼야 소비자들은 에어컨에 돈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1월부터 3월까지 예약받아 판매하는 '예약판매 문화'가 정착되면서 에어컨의 20% 이상이 겨울철에 팔려나간다.
"올해는 겨울이 따뜻해서 그런지 예년보다 더하네요. 20년 넘게 일했지만 2월에 에어컨을 이렇게 많이 생산해 보기는 처음입니다."삼성광주전자 에어컨팀의 윤창의 상무는 "예년보다 보름이나 빠른 지난 5일부터 에어컨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2일까지 삼성전자가 받은 에어컨 판매 예약은 약 5만5000대. 지난해보다 250% 늘어난 규모다. 연초 영국 인디펜던트지(紙)가 올해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무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에어컨 예약판매 시장에 불을 댕겼다.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듯 광주 에어컨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손은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8초에 한 대씩 하루 8000대의 에어컨을 시장으로 내보낸다. 생산 시간이 20초 이상으로 늘어나면 비상 상황으로 간주될 정도다. 올해 신제품인 '앙드레 블랙' 생산라인의 담당자는 부품 공급이 지연돼 라인이 잠시 멈춰서자 굳은 표정으로 라인 안팎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삼성광주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에어컨 예약판매 물량을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는 건 지난 한 해 동안 생산성을 30%나 높인 현장 혁신 활동 덕분이다. 삼성전자 내 유일한 적자 부서인 생활가전사업부를 부활시키기 위한 '현장으로부터의 개혁'인 셈이다.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1인5공정 알기. 자신이 맡은 공정뿐 아니라 4개 공정을 더 숙지해 옆 공정이 바빠지면 언제라도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활동이다. 날씨나 경기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는 소비자의 에어컨 구매 시점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
송병인 에어컨 복합기술 그룹장은 "훌륭한 일터(Great Work Place) 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 근무 시간이 끝나고 별도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불만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을 인근 공정으로 재배치하기 위해 노조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여느 생산 현장과는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다. 김홍래 에어컨제조그룹 부장은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공정에서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직원들끼리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현장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자발적인 혁신 활동이 삼성광주전자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자랑했다.
광주 에어컨 라인은 또 △한 개 라인에서 고객 수요에 따라 여러 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복합 라인 △한 명의 직원이 책임 지고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셀 생산방식 등을 도입,1인당 생산성을 35% 향상시키고 불량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런 성공 사례를 삼성광주전자의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 등 다른 제품 라인들도 함께 공유하며 공장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이같이 성공적인 현장 개선 활동에는 '광주에서마저 버티지 못하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없다'는 생활가전 사업부 임직원들의 결의가 숨어 있다. 삼성광주전자는 에어컨 세탁기 등을 만들던 수원 공장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자 "백색가전 생산 거점을 모두 해외로 옮길 수는 없다"며 삼성전자가 2004년 선택한 최후의 보루. 수원보다는 비용이 적은 광주에서 다시 한번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자는 차원이었다. 윤 상무는 "협력사까지 합치면 광주지역 제조업 생산액의 20.3%를 삼성광주전자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올해는 겨울이 따뜻해서 그런지 예년보다 더하네요. 20년 넘게 일했지만 2월에 에어컨을 이렇게 많이 생산해 보기는 처음입니다."삼성광주전자 에어컨팀의 윤창의 상무는 "예년보다 보름이나 빠른 지난 5일부터 에어컨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2일까지 삼성전자가 받은 에어컨 판매 예약은 약 5만5000대. 지난해보다 250% 늘어난 규모다. 연초 영국 인디펜던트지(紙)가 올해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무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에어컨 예약판매 시장에 불을 댕겼다.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듯 광주 에어컨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손은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8초에 한 대씩 하루 8000대의 에어컨을 시장으로 내보낸다. 생산 시간이 20초 이상으로 늘어나면 비상 상황으로 간주될 정도다. 올해 신제품인 '앙드레 블랙' 생산라인의 담당자는 부품 공급이 지연돼 라인이 잠시 멈춰서자 굳은 표정으로 라인 안팎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삼성광주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에어컨 예약판매 물량을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는 건 지난 한 해 동안 생산성을 30%나 높인 현장 혁신 활동 덕분이다. 삼성전자 내 유일한 적자 부서인 생활가전사업부를 부활시키기 위한 '현장으로부터의 개혁'인 셈이다.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1인5공정 알기. 자신이 맡은 공정뿐 아니라 4개 공정을 더 숙지해 옆 공정이 바빠지면 언제라도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활동이다. 날씨나 경기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는 소비자의 에어컨 구매 시점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
송병인 에어컨 복합기술 그룹장은 "훌륭한 일터(Great Work Place) 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 근무 시간이 끝나고 별도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불만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을 인근 공정으로 재배치하기 위해 노조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여느 생산 현장과는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다. 김홍래 에어컨제조그룹 부장은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공정에서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직원들끼리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현장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자발적인 혁신 활동이 삼성광주전자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자랑했다.
광주 에어컨 라인은 또 △한 개 라인에서 고객 수요에 따라 여러 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복합 라인 △한 명의 직원이 책임 지고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셀 생산방식 등을 도입,1인당 생산성을 35% 향상시키고 불량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런 성공 사례를 삼성광주전자의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 등 다른 제품 라인들도 함께 공유하며 공장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이같이 성공적인 현장 개선 활동에는 '광주에서마저 버티지 못하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없다'는 생활가전 사업부 임직원들의 결의가 숨어 있다. 삼성광주전자는 에어컨 세탁기 등을 만들던 수원 공장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자 "백색가전 생산 거점을 모두 해외로 옮길 수는 없다"며 삼성전자가 2004년 선택한 최후의 보루. 수원보다는 비용이 적은 광주에서 다시 한번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자는 차원이었다. 윤 상무는 "협력사까지 합치면 광주지역 제조업 생산액의 20.3%를 삼성광주전자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