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출신 서울내기, 대구시 개방직공무원으로 성공 ‥ 박형도 아시아폴리스 대표

"민간기업 출신이 고향도 아닌 대구에 와서 지역의 미래가 달린 3조원짜리 지자체사업을 수행하게 되었으니… 큰 영광이지요. 책임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삼성에서 쌓은 경험을 전부 쏟아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첨병이 될 것입니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 복합도시 개발사업을 펼쳐나갈 특수목적법인 이시아폴리스의 박형도 대표(50)는 대구에 내려온 지 3년 만에 경상도 사투리를 쓸 정도로 향토인이 다 되었다. 이시아폴리스는 포스코건설 등 9개 민간기업 컨소시엄과 대구시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개발법인. 이시아폴리스라는 회사 이름은 EastㆍAsiaㆍPolis(도시국가)를 합성한 것으로,"동아시아의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구와 별다른 인연이 없던 박 대표가 이 사업의 지휘봉을 잡은 계기는 3년 전 삼성에서 근무하던 그에게 대구시로부터 투자유치단장으로 영입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오랜 해외 주재 경험과 홍보 마케팅 업무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적임으로 평가받은 것. 주변에서는 "보수적인 대구에 가서 낭패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20년간의 삼성 근무 경력을 접고 낯선 대구로 내려왔다.

기업 출신 투자유치단장을 영입한 대구시 측은 대기업 유치를 기대하고 있었다. 박 단장은 타지 출신인 데다 국내 민간기업 중 최고로 꼽히는 삼성 출신 다운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중 강박에 시달리면서 불철주야로 기업유치를 위해 뛰어다녔다. 그러나 내륙도시의 한계 등으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지자체들도 수도권의 대기업 유치에 혈안이 된 터여서 전망은 밝지 않았다.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블루오션'을 개척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1년여 각고 끝에 전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콜센터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어 달성과 성서첨단산업 단지에 중소기업을 유치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그의 아디이어와 실적은 지방 텃세를 가라앉혔고 마침내 대구의 명운이 걸린 '봉무동 개발사업' 중책이 맡겨졌다. 이시아폴리스는 대구의 젖줄 금호강을 끼고 있는 있는 봉무동 일대 36만평의 대지에 2012년까지 3조3000억원을 투자해 ITㆍ지식산업단지,방송국ㆍ신문사 등 미디어존,테마파크ㆍ호텔ㆍ쇼핑시설,외국인 학교와 더불어 40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곳은 고속도로,공항,고속철도가 인접해 있고,금호강에 둘러싸인 천혜의 산업 입지 조건을 갖춰 대구판 두바이를 건설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봉무 개발은 당초 대구시 주도로 추진됐으나 감사원의 재검토 지시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어오다가 2005년 민간 주도로 사업 추진 방식이 바뀌었다. 박 사장이 대표를 맡았을 당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까지 마쳤지만 자격에 대한 법적공방,금호강변도로 개설비용,지주들의 양도소득세 문제 등의 현안이 쌓여 있었다. '여기서 막히면 끝장'이라고 생각한 박 사장은 이해관계자들을 밤낮없이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득한 끝에 단기간에 현안을 해결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단순히 신도시를 건설하는 게 아닙니다. 스쿨존의 경우 유치원 및 초·중·고 교과과정을 운영할 외국인학교(캐나다 퍼시픽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성서에 있는 섬유패션대학까지 이전토록 해 대구의 교육경쟁력까지 도약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대구에 정이 든 그는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의 식구를 데려오기로 했다. 공직사회가 개방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결국 제식구로 채우는 게 태반인 현실에서 박 사장의 '하방성공기'는 상징성이 자못 크다. 민간기업 출신이 공직사회에서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물어보았다. "창조적인 생각만 가지고는 안 되고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실행력은 물론 사후경영과 관리,관계기관 조율까지 감당하는 종합관리력과 무한책임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박 사장은 수요와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이 없어 대형 사업을 못 하는 지자체와 민간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민관 합동 개발법인이 건축사업까지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

-------------------------------------------------------------------------

▶지방에서 뿌리내리려면...

‘민간기업출신이 지방공무원과는 확실히 다르구나’하는 차별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저는 달성2차 공단에 기업을 유치하기위해 공단로고부터 바꾸는 등 홍보전략을 혁신해 분양에 성공했습니다.

이것이 행자부 우수사례로 뽑히면서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간부로 스카웃됐다고해서 위에만 머물러선 안됩니다.

실무자들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등 가슴을 먼저 열고 교류해야합니다.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도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적극 도와주는 등 매사에 성심성의껏 임하면 텃세따위는 문제가 되지않습니다.

지역적으로 인연이 없다는 것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적인 의리에 얽메이지않고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서울의 인재들이 지방에서 ‘도전과 변신’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기를 권합니다.

서울의 대기업에 비해 보수는 못해도 지역경제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등 지방은 서울에서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매력적인 부분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