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탈당후 국회 진풍경‥한나라는 정부편 들고‥열린우리 정부안 거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인한 열린우리당의 여당 지위 상실 이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변화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원내 2당 전락과 한나라당의 1당 부상도 한 요인이다.정부가 간곡하게 요청한 법안 처리를 우리당 의원들이 앞장서 제지하는가 하면 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정부의 강한 반대로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1당 지위에 따른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정부에 사안별 협조적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 상황.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에 통과시키려던 정부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지난해 7월 제출했던 법안을 보완한 신안(新案)을 지난달 7일 정무위에 제출했지만 상정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간사 간 협의를 거쳐 심의 중이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발의의 공정거래법안에 정부안을 넣어 소위에 이어 전체회의에서 처리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김현미 채수찬 등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강력 항의하면서 내홍을 겪기도 했다.과거에도 당정이 현안을 두고 마찰을 빚은 경우는 있었지만,야당 의원의 법안에 정부안을 반영해 처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열린우리당의 반발은 지난 2일 열린 법사위에서도 이어졌다.

우리당 의원들은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안을 소위로 회부시켜 추가 심의토록 했다.안상수 법사위원장은 "한나라당은 정부안을 빨리 처리해주려고 하는데 이상하다"며 "이제 여당이 아니라는 말이냐.요새는(여야가) 거꾸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용지부담금 환급특별법안'은 우리당 이상민 의원이 발의했는데,정부의 반대로 법사위 통과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사실상 정부 측 입장을 거들어 줬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간의 역학관계도 달라졌다.

열린우리당이 일획일자도 고칠 수 없다던 사립학교법에 대해 양보안을 제시하며 협상에 임하는 게 대표적 예다.

원가공개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도 한나라당의 요구를 반영해 후퇴했다.

2005년 '8·31대책' 이후 부동산 관련법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핵심내용이 수정된 경우는 별로 없다.

1당 지위에 따른 한나라당의 부담감은 주택법 개정안의 건교위 처리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 소속 의원들은 2일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면서도 "통과 안 되면 마치 국회에서 발목 잡는다고 해서…"라는 이유로 찬성표를 던졌다.

제2당이었을 때 한나라당은 부동산 관련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반발한 후 표결에 불참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과는 달랐다.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집값이 오르게 되면 그 '후폭풍'을 1당인 한나라당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우려한 결과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