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헬리콥터 부모' 상대 채용설명회

'헬리콥터 부모를 잡아라.'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해 자식의 생활에 깊게 관여하는 일명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들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모를 설득,해당 부모의 자녀를 자사에 채용하기 위해서다. 자녀들의 진로 선택에 부모들의 입김이 강화되고 있는 시대조류를 반영하고 있다.메릴린치가 작년 5월 개최한 '인턴사원 부모 초청 행사'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졸업 후 인턴과정을 밟고 있는 사원들의 부모를 회사로 초청해 딜링룸 복지시설 등을 소개하고,회사의 미래를 보여주는 영상물도 보여줬다. 사장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당시 인턴사원이었던 에니올라 마페는 이 행사에 참석했던 어머니의 설득으로 메릴린치를 선택했다. 그의 어머니 토인 마페는 "사장의 설명을 듣고 이 회사가 직원의 복지와 미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며 "딸의 적성에 가장 잘 맞을 것으로 생각돼 자신있게 권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인 언스트&영은 주요 대학 학생들에게 '부모님에게 드리는 설명서'라는 제목의 파워포인트 문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 문서는 회사 입사절차,향후 전망,복지시설 등을 담고 있다. 이 회사의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댄 블랙은 "학생들은 이 문건을 부모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게 된다"며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각 업체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학생에 대한 부모들의 간섭을 강화한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나의 인생에 왜 부모가 개입해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드헌팅업체인 벤가드의 대학생 채용 담당인 카렌폭스는 "인재채용을 위해 부모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라며 "그러나 학생들에게 당신의 인생은 결국 당신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함께 심어줘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