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4살 마라토너의 기적 '리틀러너'

열 네살의 말썽꾸러기 소년이 마라톤 유망주로 거듭나는 과정은 큰 울림을 낳는다.

그의 변신을 촉발시킨 계기는 두 가지 말이다."코마 상태의 어머니가 깨어나려면 '기적'이 필요하단다" "너희들이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야." 이제 소년은 마라톤 우승의 기적으로 어머니를 깨우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마이클 맥고완 감독의 '리틀 러너'는 오랜 만에 등장한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다.

어머니에 대한 소년의 순수한 사랑이 관객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준다.어린이들의 해맑은 영혼에 카타르시스를 만끽했던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처럼.무엇보다 단순한 스토리에 인생의 성찰을 담아낸 것이 영화의 힘이다.

우선 기적이란 종교적인 모티브가 어린이의 눈높이로 펼쳐지는 대목.단 두 마디 말에 기적의 본령으로 곧장 직행하는 소년은 세파에 찌든 어른들에게는 큰 스승과도 같다.

순수한 영혼만이 기적을 일으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니까.영화는 기적의 참뜻도 가르친다.

기적은 불가능한 일의 실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의 기적이란 인간을 변화시키는 일이다.극중 등장인물들도 모두 바뀐다.

담배를 몰래 피우고 여자의 젖가슴과 엉덩이를 훔쳐보던 소년은 어머니를 살리려는 일념으로 책임감 있는 남자로 성장했다.

무의식적인 본능이 의식적인 자아로 발전하고,이 자아가 다시 신성한 초자아로 나아가는 인간 심리의 전 과정을 함축하고 있다.

완고한 신부 교장은 고집을 꺾었고,담임 교사는 오래 전 접었던 꿈(달리기)을 되살려 냈다.

수녀 지망생은 연애에 빠졌고,주인공 소년을 불신하던 친구도 완벽한 지지자가 됐다.

인물들의 이 같은 행로에는 미션스쿨이란 작품 배경처럼 기독교적 세계관이 투영돼 있다.

세상은 타고난 숙명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숙명을 초극하려는 인간의 믿음과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된다.

신에 대한 믿음이 견고하다면 신의 작품인 세상도 마땅히 축복받을 것이다.

참으로 낙관적인 세계관을 보고 나면 윤기 잃은 하루가 활기차게 변할 것이다.14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