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동북아 역사마을' 만들자

文輝昌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한국의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인이 없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한국의 배타주의(排他主義)가 원인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매우 잘못된 시각이다. 한국의 차이나타운에 중국인이 없는 이유는 아직 타운으로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차이나타운은 어느 정도 자급자족(自給自足)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그러한 수준이 못 된다. 사람들을 끌어 들이려면 규모의 경제가 매우 중요하다. "거기만 가면 웬만한 것은 다 있다"라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 "용산 전자상가에 가면 모든 전자제품이 있고,어느 동네 먹거리골목을 가면 각종 먹거리가 다 있다"라는 개념이다. 우리가 차이나타운을 만든 것은 관광을 진흥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인데,관광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특히 중요하다. 거기에 가면 볼거리,놀거리,먹거리가 모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산업 중에서 규모의 경제를 잘 살려 크게 성공한 예로는 일본의 도쿄 디즈니타운이 있다. 일본에는 원래 디즈니랜드만 있었는데,이를 보완하기 위해 바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디즈니시(Disney Sea)를 디즈니랜드 바로 옆에 만들었다. 또한 디즈니랜드는 아이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디즈니시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를 많이 개발해 고객층을 넓혔다. 더욱이 도쿄 중심지에서 10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위치해 고객들이 쉽게 올 수 있다. 그 결과 연간 2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에 일인당 평균 8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도쿄 디즈니타운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즈니타운은 규모의 경제가 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특히 차별화되어 있다. 관광산업 하면 흔히 중국의 만리장성과 같은 역사적인 유적(遺蹟)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만리장성은 한번 보면 그만이지만 디즈니타운은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업으로 무엇이 있을까?필자는 '동북아 역사마을'의 설립을 제안한다. 용인에 있는 민속촌(民俗村)은 주로 조선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동북아 역사마을은 고구려 건국부터 시작해서 삼국시대와 고려의 역사를 다룬다. 물론 조선 시대,그리고 우리 역사와 관련된 한·중·일 관계도 함께 다룬다. 현재 우리는 이웃나라의 동북아 역사왜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역사 재정립이 필요하고 동북아 역사 교과서까지 새로이 쓰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올바른 역사를 바탕으로 동북아 역사마을을 설립한다면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볼거리 뿐 아니라,역사체험 등을 주제로 놀거리도 많이 만들고 한·중·일 음식 등을 소개해 먹거리까지 제공한다면 관광수입을 꽤 올릴 수 있다. 그 위치는 현재의 민속촌,에버랜드 등과 가까워야 한다. 민속촌과 에버랜드 그 자체로는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별로 없으나 새로 제안한 동북아 역사마을과 더불어 거대한 타운을 형성한다면 국제경쟁력을 갖춘 매력적인 리조트가 될 것이다.

또한 동북아 역사마을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역사드라마 제작에 훌륭한 인프라를 제공해서 한류(韓流) 열풍을 지속시킬 수 있다. 현재는 드라마 제작을 위해서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세트장을 건설하고 있으나 이를 더욱 체계화시켜 국가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킨다면 미국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영화 세트장이 될 수 있다. 역사적 건물은 역사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전국에 흩어져 건설하는 것보다는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 여러 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다.

필자는 '영어마을 넘어 국제마을 조성을' 주장한 바 있다(다산칼럼 2006년 12월18일자). 국제마을과 더불어 역사마을이 함께 실현된다면 세계 최고의 국제화된 관광자원이 되어 동북아 허브의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