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빌리는 사람보다 갚는 사람 더 많아졌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대출받는 사람보다 돈을 갚는 사람이 더 많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줄어들 정도다.대출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으로 아파트 투기수요 뿐 아니라 실수요마저 급감하고 있는 데 따른 것.게다가 다(多)주택 대출자의 1건 이상 대출에 대한 상환 압력이 본격화돼 부동산 시장과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아직 완화할 때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 '찬바람'3월 들어 지난 8일까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SC제일 외환 등 7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522억원 줄어들었다.

계절적인 비수기인 1~2월과 달리 이사철인 3월에는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게 통상적이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차주의 소득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이달 초부터 투기지역 및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모든 아파트로 확대된 탓이다.DTI 규제 시행으로 신규 대출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기존 대출 고객의 대출금 상환은 급증하고 있다.

하나은행 분당 파크타운 지점 관계자는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은 상담만 1~2건 있었을 뿐 신규 대출이 아예 없다"며 "주택담보대출 영업은 완전히 물건너 간 느낌"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여윳돈이 있는 대출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빚을 갚고 있어 신규 대출보다 상환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금리 상승도 대출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변동금리부 주택대출의 기준 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은 최근 4개월새 0.40%포인트가량 올랐다.

여기에 은행들의 각종 할인·우대금리 제도가 폐지되면서 신규 대출자의 금리 부담은 1년여 전에 비해 무려 1%포인트가량 커졌다.

DTI규제 확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2금융권에서도 '한파'가 몰아닥쳤다.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권 수준의 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 11월 중순 이후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지난달 초 LTV 규제가 시행된 주택할부금융의 대출 규모도 예전의 20%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상환대출 아파트 상반기 중 2만여건 대기

금융계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다(多)주택 복수대출자의 '처분조건부 대출'의 상환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분조건부 대출은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과거에 대출받은 아파트를 1년 내 처분하겠다고 약속한 대출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처분조건부 대출 건수는 작년 말 현재 5만2195건(금액 6조2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2만여건이 올 상반기 중 처분기한이 돌아온다.

건당 대출금액은 1억원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기한 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3개월간 연 14~21%의 높은 연체이자를 물게 되고 3개월이 지나도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은행은 담보 아파트를 경매나 압류해 대출금을 강제로 상환할 수 있다"며 "상당수가 집을 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거래가 위축될수록 복수대출자들의 대출 상환이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아파트 급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 '규제완화 없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과도한 규제 조치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급랭,가계대출 위축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 쏠림현상 등 부작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당분간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거래가 위축되고 있지만 아직 두드러진 가격 하락은 없다"며 "투기지역 아파트 가격이 10%가량 떨어지기 전까지는 주택대출 규제를 풀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그는 "다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규제대책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